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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선택 유도하려면 '미끼'를 던져보세요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09-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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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10월 연휴에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가족 모두 여행 가는 건 찬성했는데, 가고 싶은 곳이 제각각이네요. 저는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 리조트에 가고 싶은데, 엄마는 서울 도심 호텔 패키지를 하고 싶대요. 제가 몇 개의 여행지 대안을 만들어 가족에게 제시하고, 투표로 정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하면 가족들을 제가 가고 싶은 쪽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근사한 리조트 A, 도심 호텔 패키지 B. 두 개 대안만 제시하지 말고 A보다 살짝 못한 A-도 하나 더 만들어 세 개의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아요. 왜 그런지 살펴볼게요!

여러분이 대학생이 되었고, 주말에 파티에 간다고 상상해보세요. 파티에서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두 친구 중 한 명과 함께 가려고 해요. 한 명은 나와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스타일의 친구고, 다른 한 명은 나와 스타일 비슷한데 나보다 살짝 매력이 덜한 친구예요. 파티에서 주목받고 싶다면 어떤 친구와 함께 가야 할까요?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어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A와 B 사진을 두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누가 더 매력적인지 물었어요. A를 선택한 학생과 B를 선택한 학생 수가 비슷했어요. 이후 A 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작해 약간 못생기게 만든 사진 A-를 추가했어요. A, A-, B 세 사진을 제시하자 압도적으로 A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고르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마찬가지로 B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작해 약간 못생긴 B-사진을 만들어 A, B, B- 세 사진을 제시하자, 압도적으로 B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는 이가 많아졌죠.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A와 B를 비교해서 선택하기는 힘들지만, 비교 대상이 생기자 달라진 거예요. 여전히 A와 B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A보다 좀 못생긴 A-가 끼어 있으니 어쩐지 A가 더 좋아 보이는 겁니다. A-가 있을 때 A에 대한 호감도는 평균 76% 상승했습니다.
사진설명

 

상품 A와 상품 B 중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 상황을 생각해볼게요. A는 품질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고, B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이 약간 떨어집니다.

품질 면에서는 A가 좋고, 가격 면에서는 B가 좋으니 두 상품은 서로에 대해 1승1패입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던 중 상품 C가 눈에 띄었어요.

C는 B에 비해 가격이 좀 더 비싸고, 품질도 B보다 안 좋아요. 사진 실험으로 얘기해보자면, C는 B-인 셈입니다. A와 B를 비교해서 고르려고 하는데, B보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모두 떨어지는 C의 등장이 선택에 영향을 줄까요? 합리적이라면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영향을 줍니다.

 

C는 A에 대해 1승1패예요. A보다 품질이 좋지 않지만, 가격경쟁력은 있으니까요. C가 B에 대해서는 2패입니다. B보다 가격경쟁력도 안 좋고, 품질도 안 좋으니까요. 여전히 A와 B를 비교할 땐 1승1패지만, 사람들 심리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A와 C 사이에선 1승1패인데, B와 C 사이에서는 B가 2승이네. 그러니까 A보다 B가 낫군'이라고요. 사실상 고려 대상이 되면 안 되는 C의 등장으로 A가 아닌 B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미끼효과(decoy effect) 혹은 들러리 효과라고 해요.

주방가전을 만드는 미국 회사 '윌리엄스소노마(Williams Sonoma)'에서 가정용 제빵기를 처음 만들어 275달러에 내놓았어요. 출시됐을 때 사람들 반응은 싸늘했어요. 집에서 식빵을 만들어 먹으려고 275달러나 쓰느냐는 반응이었죠. 이 회사가 찾은 해결책은 처음 만들어진 제빵기보다 더 크고 비싼 제품을 만든 겁니다. 후속 제품은 429달러에 출시됐는데 그 후, 제빵기 판매가 2배가량 늘었어요. 그런데 잘 팔린 제품은 후속 모델이 아니라 처음 만든 제빵기였어요. 후속 제품이 이전 상품과 비슷하지만 약간 못한 미끼 상품 역할을 한 거죠.

쉽게 내릴 수 없던 결론이 나도 모르는 순간 갑자기 해결됐다면 내 주위에 상품 C가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언가 함께 결정해야 하는 일에 여러분이 여러 대안을 제안한다면 미끼 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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