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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북미 등지고 남미로 향한 까닭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4-10-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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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492년 미국 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는 왜 미국과 캐나다가 있는 북미를 등지고, 남쪽으로 갔을까? 만약 하늘에서 콜럼버스와 스페인의 탐험가들이 현대의 북미 대륙을 볼 수 있다면, 자신들이 헌신짝처럼 버렸던 곳이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고 후회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스페인이 북미에 식민지를 건설해 미국과 캐나다가 스페인의 전통을 이어갔다면, 오늘날 지중해 국가들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15세기 스페인 탐험가들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엄밀히 말해 그들의 선택을 실수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신대륙을 찾았던 약 500년 전 남미는 북미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매력적인 지역이었다. 북미 대륙은 농사를 지을 만한 비옥한 땅도, 지하자원도 풍성하지 않았다. 특히 농사나 자원 채취에 동원할 수 있는 현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반면 남미는 마야 문명과 잉카 문명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 살고 있었다. 실제 17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남미가 아닌 북미를 식민지로 선택한 이유도 당시 군사력과 경제력이 더 강력했던 이베리아반도 국가들을 의식적으로 피한 결과이다.

과거에는 말할 수 없이 척박했던 북미 대륙에 건국된 국가들이 인구와 자원이 풍부했던 남미 국가들보다 지금에 와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이유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역설적인 결과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은 이런 딜레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경제 이론을 제시했다.

남미에는 원주민이 많고, 자원이 풍부하다 보니 이것을 약탈하는 구조의 정치·경제 제도가 파생되었다. 반면 북미 지역은 원주민이 적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유럽인들을 대륙으로 이주시켜 공동체를 건설해야만 했다. 따라서 북미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유럽의 이민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했다.

남미 지역에는 왕과 귀족층을 중심으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어진 중앙집권적인 국가 형태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기존 계급 제도를 변형해 많은 피지배계급에 속한 원주민들의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할 수 있었다. 반면, 북미에서는 자유인인 유럽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오늘날의 시민들이 누리는 사유재산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경제 모형에서 국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려면 노동, 자본, 기술과 같은 생산 요소가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아제모을루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자본, 노동과 같은 생산 요소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바로 '제도'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국가 제도의 차이, 즉 포용적 제도와 약탈적 제도가 각각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고, 사유재산권 보장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법률적인 시스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부존 자원이 많고 노동력이 풍부했던 남미의 경제가 북미보다 훨씬 앞서야 했다. 실제 대항해 시대인 약 500년 전 남미 대륙은 북미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력과 자원을 보유했으며, 스페인의 앞선 기술까지 수용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남미의 식민지 국가들은 원주민의 노동력과 자원을 정당한 대가 없이 착취함으로써, 이 지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창조적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동기를 감소시켰다. 북미는 달랐다. 이주민들은 금광과 비옥한 농지를 찾아 짐을 꾸리고 과감히 새로운 땅으로 떠났다. 이런 제도적 인센티브가 정착민들이 척박한 땅을 개척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작은 도전들이 모여 오늘날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포용적 제도'를 구성하는 경제 시스템, 법률 시스템,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들의 이론은 현대 사회 정부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인공지능(AI)·4차 산업혁명, 초고령화사회 진입 등 급속한 변화 속에서 사회 제도가 기술과 자본의 성과를 소수만 향유하고 경제 성과 대부분을 착취하는 형국이 되면 일반인들이 열심히 일할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 반면, 높은 금액의 연금과 과도한 복지 정책은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적으로 열심히 일할 유인을 상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거나 고령층이 빈곤해지지 않도록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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