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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선행이 쌓이면, 사회적 자산이 된다고?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4-11-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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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와 해외 언론에서 한국 치안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방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도난당하지 않는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있다" 같은 이야기들이 마치 전설처럼 전해지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이 공공장소에 물건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도 아무 일 없이 되찾는 경험을 SNS에 공유하면서, 한국의 치안 상태와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 현상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로 설명할 수 있다. 외부효과란 특정 경제 주체의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타인에게 이익이나 손해를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개인의 정직한 행동이 사회 전체에 예상치 못한 혜택을 가져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지키는 문화는 개인의 자발적 선행이 모여 사회 전반의 안전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시장을 통해 조정된다.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거나 손해를 끼칠 경우, 그 대가를 지불하거나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과거에는 친인척이나 이웃 간에 무상으로 도움을 주고받던 일이 흔했다. 예를 들어 시골에서는 이웃끼리 아이를 돌보거나 이삿짐을 옮겨주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활동들은 어린이집, 가사도우미, 이삿짐센터와 같은 전문 서비스로 대체되었고, 이에 따라 서비스는 급여 형태로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시장 경제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예전의 미풍양속이나 자발적인 선행이 점차 줄어들고, 개개인이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 결과 과거에는 자발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이제는 시장에서 거래되거나 제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이웃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물건을 맡기거나 서로 돕는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보안 시스템이나 CCTV 설치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한계와 외부효과 문제를 잘 보여준다.

아무리 시장이 고도로 발전해도 시장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도난당하지 않는 문화는 법적 강제나 금전적 보상이 아닌 개인의 자발적 선택과 사회적 규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신뢰 문화는 서로가 선의로 행동할 때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러한 선한 행동들이 쌓이면, 정부나 기업이 추가적인 경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도난 방지를 위해 공공장소에 추가적으로 CCTV를 설치하거나 경비 인력을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경제학에서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로 설명될 수 있다. 즉, 한 개인의 정직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체에 퍼져나가는 효과를 의미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를 촉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동조성(conformity)을 활용하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한국 사회는 마스크 착용에 익숙하지 않았고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 하게 되었다. 이는 사회적 동조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개개인의 마스크 착용이 감염 확산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건강을 보호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져왔다.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는 그의 저서 '넛지(Nudge)'에서 사회적 동조를 유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미네소타 주정부가 세금 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대다수의 시민이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 사례가 범칙금을 부과했을 때 보다 효과가 컸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세금을 잘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발적으로 납세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법적 제재나 보조금만으로는 유도하기 어려운 사회적 동조를 활용한 긍정적 외부효과의 사례다.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하게 된다.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이나 보조금 같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강조했다. 최근 전기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도 전기차가 대기 오염을 줄이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마스크 착용 독려 사례나 리처드 세일러의 납세 독려 사례는 단순한 금전적 인센티브 외에도 사회적 동조와 심리적 요인을 활용하여 외부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격려할 때, 사회는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한국의 치안과 정직한 문화가 긍정적 외부효과의 좋은 예시가 되듯이, 앞으로도 사회적 동조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외부효과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더욱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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