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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요일

경제 공부 시사·경제 시사 찬반토론

˝돈으로 시간 절약˝ vs ˝새치기 권리 사는 것˝

김태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4-03-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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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패스트트랙 불공정 상품일까
 

지난 3일,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판다 '푸바오'가 다음달 중국 이동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관람객들을 만났습니다. 에버랜드는 판다월드 우선 입장권 Q-Pass, 이른바 '패스트 트랙'을 판매했습니다. '패스트 트랙'이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놀이기구 등에 탑승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일반 입장권보다 비쌉니다. 이와 관련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누리는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과 사실상 새치기할 권리를 구입하는 것과 다름없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갈립니다.



사진설명

▷시장 경제 원리 부합

자본주의 사회에서 패스트 트랙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입니다. 놀이공원은 기업이 운영하는 사적인 공간으로, 기업은 판매할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지불한 값에 대한 혜택을 누리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간도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돈을 더 내고 빨리 서비스를 누리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돈으로 시간을 사는 행위는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제성 없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

패스트 트랙은 물질적 가치만 우선시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경시하는 '물질만능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더 나은 혜택을 제공받음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관람객의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 트랙은 '공공장소에서 줄서기' 같은 공정성과 균등한 기회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가격에 따라 특권이 부여되는 환경 속에서, 공공질서보다 경제력에 따른 대우의 차이를 배우면서 자아 개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입하지 못한 부모는 죄책감을, 어린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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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주의 조장

패스트 트랙은 기업이 소비자의 차별화된 수요를 감안해 내놓은 하나의 상품입니다. 부유층에게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서비스도 아닐뿐더러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닙니다. 구입 여부는 오직 개인의 상황과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패스트 트랙이 공공재나 필수재가 아닌 만큼 공정성이나 정당성과 같은 도덕적 가치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패스트 트랙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의 문제이지 강제성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평등성에도 위배되지 않습니다.

입장권의 가격 차별은 놀이공원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고객 서비스 경험을 향상하는 데 기여합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공정성 훼손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었지만, 돈으로 사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시간이 먼저 줄을 서 있던 타인에게서 뺏은 것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일반 입장권을 구매한 소비자 또한 정당한 값을 지불했고 쾌적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닙니다. 패스트 트랙을 판매하는 것은 일반 입장권을 구매한 소비자 다수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놀이공원의 우선 탑승권을 새치기 권리로 주장하며 도덕적 가치판단이 시장에 위탁되는 작금의 사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선착순이라는 줄 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삶의 영역에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태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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