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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전자 꿈꾸던 개미…지금 싸다고 달려들다간 낭패

첫인상 때문에 의사결정 오류 발생 `앵커링 효과`는 투자에서도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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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2-08-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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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행동경제학에서 투자를 할 때 첫인상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배가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 선원들이 닻(anchor)을 내리면 고정된 위치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앵커링 효과란 이처럼 우연히 습득한 숫자나 사물에 대한 '인상'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항구에 정박한 '배의 닻'과 같은 역할을 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인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앵커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에베레스트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집단을 둘로 나누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첫 번째 집단에는 에베레스트산이 600m(2000피트)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질문하고 나서 실제 에베레스트산 높이를 물어봤다. 다른 집단에는 에베레스트산이 1만3700m(4만5000피트)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물어보고 에베레스트산의 실제 높이를 물었다. 첫 번째 집단은 에베스트산 높이를 평균 2400m, 두 번째 집단은 1만3000m라고 대답했다. 실제 에베레스트산 높이는 8800m다. 두 그룹의 응답자들은 실제 에베레스트산 높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600m'와 '1만3700m'라는 숫자를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들 숫자가 응답자들에게 첫인상으로 남아 에베레스트산 높이를 추정할 때 앵커링 효과를 발생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일종의 첫인상과 관련된 오류다. 알렉산더 토도로프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투표할 후보자를 결정하는 시간이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혔다. 다트머스대의 뇌과학자 폴 왈렌도 '사람들이 눈으로 특정 인물을 관찰하고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0초분의 17'이라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원시 시대에 인류는 맹수를 사냥하거나 잔인한 적들과 전투를 앞둔 급박한 상황에서 적은 정보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상대를 피해 도망갈지, 용기를 내 싸울지 결정해야 했는데 이런 인류의 습관이 현대에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형성된 인상으로 많은 것을 추정하고 그에 따른 결정을 한다. 앨버트 머레이비언 UCLA 교수는 한 번 결정된 첫인상을 바꾸려면 60번가량의 추가적인 만남이나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첫인상으로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던 습관이 위기 상황을 자주 직면해야 했던 원시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충분한 정보와 분석할 도구가 있는 현대에는 불필요한 실수나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배당이나 액면분할을 하고 나면 해당 기업 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시장 평균치보다 더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면 배당금을 지급한 만큼 기업 가치가 감소한 만큼 주가 하락은 당연하다. 기존 주식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액면분할 역시 분할된 비율만큼 주식 가격이 하락한다. 주가가 100만원인 주식을 20대1로 액면분할하면 그 주식은 5만원에 거래돼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을 실시한 이후 초기 시장 가격은 5만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당 주가가 시장 평균치보다 높이 상승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난다. 배당금을 지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배당금 지급으로 주가가 하락한 이후 해당 기업 주가는 시장 평균보다 상승하는 사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발생한다.

재무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이후 해당 주식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이유를 '유동성 증가'나 '신호 효과'로 설명한다. 고가의 주식을 분할하면 주식 가격이 하락해 거래가 쉬워져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기업의 액면분할이나 배당금 지급 같은 재무활동은 '기업의 재무 구조가 건전하다'는 긍정적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투자자들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재무이론으로는 이 같은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재무 학계에서도 배당이나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시장 평균치 이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퍼즐(puzzle)'이라 부르기도 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의 앵커링 효과 개념을 적용하면 전통적인 재무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퍼즐과 같은 재무 현상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 앵커링 효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기존 주식 가격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배당이나 액면분할로 조정된 주식 가격을 가격 하락으로 착각할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과거 100만원이던 주식이 액면분할로 5만원에 거래되면 이성적으로는 분할 비율에 따라 조정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액면분할 후 막상 주식 시세표에서 과거 100만원이라는 숫자가 있던 자리에 5만원으로 표기된 수치를 목격하면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식 가격이 싸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특별한 재무적 이벤트가 없어도 투자자들이 주가가 싸졌다고 착각하기 쉬운 상황이 됐다. 지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세계 증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정 주식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이 30~50% 이상 하락했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가가 싸진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해당 기업에 대한 첫인상이나 익숙한 주가 숫자로 인해 '내 머릿속에 혹시 앵커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은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더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거나 급락하는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보고 후회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짧은 시간 형성된 첫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 )

2.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첫인상이 실제 사실에 기반해 형성되는 과정을 증명했다. ( )

3. 재무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신호 효과'로 설명한다. ( )

▶정답 1. ○, 2.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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