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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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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아동˝ 막으려면 꼭 필요 vs 양육 포기 부추겨

보호출산제 도입

이현정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3-07-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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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내부 공간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236명을 파악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경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유령 아동'의 생사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발생으로 출생 미신고 아동의 희생을 막기 위한 '보호출산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사회적 곤경에 처한 임신부가 신원을 숨기고 아이를 낳은 후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하도록 돕는 제도로 '익명출산제'로도 불립니다.

국회에서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 법제화로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찬반 입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찬성논리>

1. 출생통보제와 병행해야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가 효력을 내려면 보호출산제가 함께 도입돼야 합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통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등록 영유아 대책의 핵심 법안이죠.

다만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자녀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산모들이 병원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병원 밖 출산'을 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출산이 어려운 위기 임신부를 위해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뒤따라야 합니다. 보호출산제가 출생통보제의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2. 영아 유기·살해 줄일 수 있어

감사원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000여 명의 영유아의 생사를 조사하는 중에 경기 수원시의 가정집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습니다. 두 영아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생후 1일 차에 친모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베이비박스에는 매년 100~200명의 아이가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영아 유기·살해를 막기 위해서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절실합니다. 신원 노출이나 아이 양육을 원하지 않는 산모가 정부 차원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죠.


<반대 논리>

1. 유엔 아동권리협약 조항 침해

보호출산제는 국제연합(UN)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아동권리협약 제7조에는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부모 동의가 있지 않은 한 부모의 신원이 비밀에 부쳐집니다. 이는 아동권리협약 7조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입니다. 아동단체·한부모단체·인권단체들로 구성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뿌리를 알고 정체성을 가질 권리와 양육 보호 청구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2. 부모 양육 포기 조장할 수도

임산부가 비밀 출산으로 숨어버리게 하는 것이 유령 아동을 막는 근본 대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호출산제는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위기 임신 여성에 대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면 양육 포기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최형숙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대표는 "어떤 출산도 비밀이 되어선 안 되며 부모 스스로 양육을 포기하도록 부추기는 보호출산제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익명 출산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이현정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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