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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 따라서 사는 '디토 소비' 확산

최예령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4-05-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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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SNS 인기 인물따라
제품 구매하는 성향 강해
화재난 차 속 '퀜처 텀블러'
영상 조회 9억회 훌쩍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화재가 발생한 차 안에서 텀블러만 멀쩡히 살아남았어요!"

지난해 11월 대니엘이라는 미국 여성이 올린 틱톡(TikTok)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9억회 넘게 조회되며 화제가 된 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스탠리의 '퀜처 텀블러'입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대니엘의 차는 화재로 인해 앞 유리 등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컵홀더에 꽂혀 있던 주황색 '퀜처 텀블러'만이 손상되지 않은 채 안에 채워넣은 얼음과 함께 발견됐습니다.

화재에도 끄떡없음을 증명한 퀜처 텀블러는 SNS에서 입소문을 타게 되는데요. 해당 영상 조회 수는 9억회를 훌쩍 넘겼고 매출도 덩달아 급증하게 됐습니다. 2019년에 7300만달러(약 976억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7억5000만달러(약 1조35억원)로 4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단종 위기템이 어떻게 유행템이 됐을까?

1913년에 설립된 스탠리는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로 캠핑과 야외활동에 적합한 제품들을 판매해 왔습니다. 설립 초부터 진공병 특허를 통해 '보온성'이라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유지해 왔지만 크기도 일반 텀블러보다 크고 디자인 또한 일반적이지 않아 대중의 반응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에 스탠리는 텀블러가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단종하기로 결정했는데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단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스탠리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의외의 고객층, 바로 '워킹맘'이었습니다. 육아와 일로 바쁜 워킹맘들에게 퀜처 텀블러는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었는데요.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채워둔 시원한 얼음이 퇴근해서 집에 올 때까지도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식기세척기 사용까지 가능해 기능성과 편리성 모두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중 단종을 유독 아쉬워했던 워킹맘 세 자매가 힘을 합치게 됩니다. 유명 블로그를 운영하던 이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퀜처 텀블러를 선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리뷰 부탁도 잊지 않았죠. 스탠리의 세일즈 매니저도 이 소식을 전해듣게 됐고 이후 스탠리와 세 자매는 블로그를 통해 단 5일 만에 5000개 제품을 판매하는 기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세 자매의 조언에 따라 퀜처 텀블러는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재탄생합니다.


화사한 디자인은 워킹맘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의 마음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틱톡에서 언박싱하는 영상을 찍는 것이 유행하면서 미국 Z세대들 사이 엄청난 열풍이 불었습니다. 퀜처 텀블러는 틱토커들에게 건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활용되며 '유행템'을 넘어 '패션템'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디토(Ditto) 소비'라고?

퀜처 텀블러의 유행에서 Z세대의 '디토(Ditto) 소비' 경향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디토 소비는 '마찬가지' '나도'라는 뜻을 가진 디토(Ditto)에서 파생된 용어로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트 코리아 2024' 보고서에서도 디토 소비가 Z세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Z세대의 디토 소비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누군가 어떤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너도? 나도!"라며 따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어떤 제품인지보다는 누가 사용한 제품인지가 더 중요시되기도 하죠. 유럽과 미국의 틱톡에서 유행하던 '냉동 김밥'과 틴 매경 지난 호에서 소개한 '산리오 캐릭터 상품'의 열풍 등이 디토 소비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Z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SNS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세대입니다. 이들에게는 가격 대비 품질(가성비)보다는 시간 대비 성능(시성비)이 중요하게 작용되는데요. 모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담고 있는 SNS는 Z세대에게 좋은 소비 창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SNS에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구매하면 소비 선택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내 선택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해소될 수도 있는 거죠. 즉 Z세대에게 디토 소비는 자신의 취향을 찾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 전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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