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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속 조상우, 60억 빚더미 나앉게 한 선물투자가 뭐길래

이효석 기자

입력 2021-10-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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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선물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 [로이터 = 연합뉴스]
사진설명세계 최초 선물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 [로이터 = 연합뉴스]

난해한 경제 이슈를 해시태그로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이슈 2개를 골라 이를 둘러싼 경제 개념, 전후 맥락을 짚어보겠습니다. 학생들은 이 기사들과 함께 하단에 제시된 뉴스읽기도 함께 정독한다면 머리에 쏙쏙 남을 겁니다.

◆ '양날의 검' 선물투자 유의해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설명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K드라마 #롱포지션 #숏포지션

"아,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 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이 드라마 속 빚만 잔뜩 진 사람들은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특히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조상우(박해수)는 선물(先物) 투자로 60억원 빚을 진 걸로 나옵니다. 기훈은 무슨 선물(膳物)을 그렇게 비싼 걸 샀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합니다.

선물거래란 미래 일정한 시점에 일정량의 특정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선물가격)으로 매매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셈이죠. 계약의 성립과 함께 대상물을 주고받고 대금 지급이 바로 이뤄지는 현물거래에 대응하는 개념입니다. 선물시장에서 가격 상승을 기대해 사기로 약속한 측을 '롱포지션'이라고 합니다. 매입 측은 선물계약 때 예정된 결제일이 되면 특정 물품을 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숏포지션'은 가격 하락을 기대해 팔기로 약속한 측입니다. 매도 측은 특정 물품을 넘겨줄 의무를 가지죠.

선물과 옵션 등은 대표적인 파생상품입니다. 파생상품이란 주식,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만들어지는데 기초자산의 가치가 변하는 것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입니다. 극 중 조상우도 이런 선물에 큰돈을 투자하다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물거래가 생겨난 건 본래 위험회피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미래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를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가격변동 위험의 회피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지요. 하지만 고도의 첨단금융기법을 이용해 위험을 오히려 능동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고수익·고위험 투자상품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선물거래가 위험한 것은 적은 돈으로 큰 금액에 베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최소한의 증거금(보증금)만 있으면 실제로 그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거래가 가능하죠. 미래 가격을 잘 예측해 큰 수익을 볼 수도 있지만, 거래 당사자는 만기 때 약속한 금액으로 거래를 해야 하기에 손실이 날 수도 있습니다.

【뉴스 읽기】 '네 마녀의 날'이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의 동시 만기일을 말합니다. 3월·6월·9월·12월의 둘째 주 목요일이 이에 해당되죠.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이때가 되면 잔뜩 긴장하게 됩니다. '네 마녀의 날'에는 주식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고민해 봅시다.



◆ 반쪽 계약에 '2조 풋옵션' 놓친 재무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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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어피너티 #콜옵션 #국제상사중재법원

또 하나의 파생상품으로 옵션이 있습니다. 옵션이란 미리 정한 미래의 특정 일자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약정한 가격으로 특정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걸 말합니다. 선물과의 가장 큰 차이는 돈을 주고 이 같은 권리를 매입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권리 행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 매도할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이라고 부릅니다. 풋옵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옵션 가치인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일정 시점에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팔 권리를 갖죠. 풋옵션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풋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경우 그 기본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야 합니다.

최근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소송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습니다. 국제중재재판에서 재무적투자자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 매각을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인정받았습니다. 신 회장은 중재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풋옵션과 관련해 2조원대 주당가치산정 방안을 담은 계약조항에 문제점이 드러났어요. 재무적투자자는 일단 원하는 가격대로 돈을 받을 수는 없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 사이 주주 간 분쟁에서 출발했습니다. 2012년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 보유 지분 처리 과정에서 2015년 9월까지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어피너티와 IMM PE 등 재무적투자자에 24% 지분 매각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5조2000억원으로 평가됐죠. 어피너티는 신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겨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주당 가격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을 제출했죠. 신 회장 측이 어피너티의 풋옵션 행사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인정하지 않자 어피너티가 국제상사중재법원(ICC) 중재를 신청한 겁니다.

【뉴스 읽기】 풋옵션은 매수인 입장에서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무한정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풋옵션 매도인 입장에서는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얻습니다. 교보생명 소송 사태에서 재무적투자자가 높은 주당 가격으로 풋옵션 권리를 행사해 인정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고민해 봅시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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