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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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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가 뭐기에 … 음료 17잔 꼭 채워야하나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03-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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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음료 3잔의 비용과
무료 다이어리 효용 비교
사은품 만족감 더 크다면
합리적인 비교 선택
 
사진설명

 

Q. 얼마 전 제가 즐겨 이용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나 음료 열일곱 잔을 먹어서 스탬프를 모으면 다이어리나 볼펜을 주는 행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열일곱 잔 중 세 잔은 특별 음료 중 골라야 하는 거 있죠. 평소 전 아메리카노만 즐겨 먹거든요. 그래서 일반 음료는 열네 잔이 다 찼는데, 나머지 특별 음료 세 잔이 문제였죠. 크림이 듬뿍 들어간 커피나 딸기 음료 같은 거였는데요, 저는 다이어리를 무료로 받고 싶은 마음에 제 취향이 아닌 음료 세 잔을 주문했어요. 행사 마지막 날에 말이죠! 하지만 느끼한 크림을 못 먹어서 음료들은 반도 못 먹고 버리고 말았어요. 다이어리를 받아서 기쁘긴 했는데, 이렇게 한 게 합리적이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거 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은품을 받으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일. 종종 있는 경우입니다. 연말이 되면 몇몇 커피전문점에서 주는 다이어리 등의 사은품을 받고자, 한 번에 여러 잔의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텀블러에 담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도 본 적 있어요. 저는 무조건 '사은품을 받기 위해서 소비하는 행동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은품이 내게 주는 만족감과 이를 위해 소비해야 하는 비용을 따져보죠. 사은품을 받기 위한 소비라고 해도 내게 주는 만족감이 있다면 이도 함께 고려하고요. 본인 취향이 아닌 음료를 세 잔이나 주문해서 먹다가 느끼해서 버렸다면, 이 소비로 인한 만족감은 거의 없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음료 세 잔의 가격이 비용이고 편익은 사은품으로 받은 다이어리가 주는 만족감일 거예요. 다이어리가 주는 만족감이 음료 세 잔의 가격보다 높았다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얼마 전 집 앞에 단팥죽 가게가 생겼어요. 개장 기념으로 3일 동안 단팥죽 무료 행사를 하더라고요. 평소 단팥죽을 즐겨 먹는 건 아니지만, 새로 생겨 궁금하기도 했고 무료라고 하니 혹하는 마음에 줄을 섰어요. 그런데 갑자기 눈이 내리는 겁니다. 그 가게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하나둘 우산을 사 와서 쓰고 기다리더라고요. 저도 고민하다 우산을 사서 쓰고 기다렸어요. 저렴한 비닐우산은 다 팔려서, 일반 장우산을 샀는데 가격이 1만원이었어요. 제가 무료로 먹은 팥죽의 가격은 8000원! 제게 우산은 많아서 새로 산 우산은 한구석에 모셔두고 있답니다.


공짜 팥죽을 먹으려고 그보다 비싼 우산을 산 저. 게다가 40분을 기다리기까지! 40분 동안 추위에 떨어서인지 감기까지 걸린 거 있죠! 제가 우산을 사고 기다리는 선택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때까지 기다린 15분이 아깝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15분이나 기다렸는데, 그냥 가기는 아까웠거든요. 그런데, 이 선택에서 그때까지 15분을 기다렸다는 건 고려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어차피 그 15분의 기다림은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회수할 수 없는 노력이나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하는데요, 선택할 때 매몰비용은 고려하면 안 됩니다. 제가 우산을 사서 더 기다릴지 말지 고민할 때는 '단팥죽이 주는 만족감'과 '우산의 가격 및 추가로 더 기다리는 노력의 가치'만 비교했어야 합니다. 전자가 크다면 우산을 사서 쓰고 기다리는 게 합리적인 거지만, 후자가 더 크다면 그동안 기다린 15분은 고려하지 말고 집에 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겠지요. 제게는 후자의 효용이 더 컸던 것 같아요. 1만원이나 주고 산 우산은 제게 필요하지 않고 짐만 되는 물건이었고, 추가로 25분이나 떨면서 기다리고 감기까지 걸렸잖아요! 제가 얻은 편익인 단팥죽의 가치는 8000원이었고요.

질문해주신 분도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취향에 맞지 않는 음료 세 잔을 주문할 때, 그동안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모은 열네 개의 스탬프가 아깝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쌓인 열네 개의 스탬프가 아깝다는 생각은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요인이 돼요.

또한 '무료'로 주는 다이어리의 가치를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했을 거고요. 사람들에겐 '무료'라고 하는 데 약해지는 심리가 있어요. 기업들은 이를 알고 '무료' 이벤트를 종종 기획하곤 하죠. 무료 이벤트를 잘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그보다 큰 편익을 얻는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료라는 데 혹해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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