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매일경제

대항해시대와 주식회사의 탄생

최근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요즘 로켓 발사 기업인 '스페이스X'로 더 유명하다. 과거 소련과 미국의 체제 경쟁의 수단으로 우주기술 개발이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오늘날 우주개발 회사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수익성이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위성을 우주까지 옮겨줌으로써 건당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이처럼 수익은 위험한 환경으로의 도전을 끌어낸다. 이러한 유인(incentive)의 원리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14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는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환경으로 도전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배가 다닐 수 있는 안전한 길(항로)이 개척되지 않아 수면 밑의 암초에 부딪혀 배가 침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단이 없었다. 초창기 항해자들을 모험에 뛰어들게 한 상품은 향신료였다. 후추, 계피와 같은 향신료는 중세 유럽 귀족들이 즐겨 향유하던 물품으로 매우 비싸게 거래됐다. 15세기 후추 한 상자 가격이 금 600g(약 4500만원)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향신료는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돼 인도로 옮겨졌고, 아랍 상인들을 통해 지중해 연안에 공급됐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를 유럽에 유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1453년 오스만제국이 동로마제국 수도인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을 함락하고 향신료 공급을 독점했다. 이에 유럽인들은 중동 지역을 통하지 않고 다른 길로 인도에 도착할 수 있다면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배를 타고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까지 가는 것이다. 구글맵을 켜서 얼마나 먼 거리(약 2만㎞)인지 실감해보자.

항해자들은 지중해에서 사용하던 노를 저어 가는 갤리선을 버리고 돛으로 항해하는 범선을 택했다. 대서양의 높은 풍랑에 배가 전복되지 않으려면 길이가 짧고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부분)가 깊어 오뚝이처럼 자세가 안정적일 필요가 있었다. 당시 해상무역에는 난파 외에도 장거리 항해에 따른 영양실조, 식량·식수 부족, 원주민과의 전투 등 위험 요소가 많아 후원에 따른 투자 손실 가능성이 컸다.

1498년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는 포르투갈 왕실의 지원을 받아 인도 항로를 개척했는데 출발할 때의 범선 4척과 선원 170명은 귀국할 때 2척과 55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러나 이때 개척된 무역로를 통해 포르투갈은 막대한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 역시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의 후원으로 탐험을 했다. 당시 콜럼버스는 탐험에 성공하면 귀족 작위와 식민지 총독 지위 및 10% 수익을 요구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해상교역 규모는 증대했고 투자금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 1602년 설립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경제사에서 중요한 사건인데, 바로 최초로 설립된 주식회사였다. 주식회사는 회사 소유권을 '주식'이라는 형태로 분할해 판매함으로써 다수의 회사 소유주를 확보하는 형태다. 방대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령 인도에서 후추를 수입하기 위한 상선을 준비하는 데 100의 자금이 필요하다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고, 후추 무역이 무사히 끝나면 수익금을 일부 받아 간다. 상선을 일종의 기업으로 생각하면 경영(선장의 항해)과 소유(투자자의 지분)가 분리된 형태다. 또 다른 주요 특징은 소유주(주주)는 유한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선장이 투자자로부터 60과 대출금 40을 조달해 항해에 나섰다가 난파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회사가 무한책임 회사였다면, 투자자는 투자금 60을 잃을 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으로서 대출금 40의 상환 의무까지 지게 된다. 반면 유한책임회사에서 투자자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본인 투자 금액만 손실을 보고 끝나기 때문에 위험한 사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요즘에도 우주산업, 자동차, 휴대폰, 심지어 문화예술 산업에서도 주식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는 데 주식회사 제도는 인류 경제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 틴매경테스트 문제풀이

Q. [그림]은 쇠고기를 자급자족하고 있던 K국이 외국과 쇠고기 교역을 개시했을 때, K국 쇠고기 시장의 변화를 나타낸다. 다음 중 이에 대한 올바른 설명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K국은 쇠고기 수입국이 된다.

②K국의 소비자잉여는 증가한다.

③K국의 생산자잉여는 증가한다.

④기존 생산자 몫이었던 ㉠을 소비자가 차지하게 된다.

⑤K국 생산자가 공급하는 쇠고기의 양은 Q1로 감소한다.

(해설) 이 문제는 자급자족 경제가 교역을 개시할 때 자국 시장에 나타나는 변화를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K국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P0→P1'로 쇠고기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수요량이 'Q0→Q2'로 증가한다. 한편 쇠고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K국 생산자의 쇠고기 공급량은 'Q0→Q1'로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Q2-Q1'만큼 쇠고기에 대한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K국은 부족한 물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게 된다. 이때 소비자잉여는 '㉠+㉡+㉢'만큼 증가하며, 생산자잉여는 '㉠'만큼 감소한다. 따라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를 더한 사회적 잉여는 '㉡+㉢'만큼 증가한다. 이때 ㉠은 교역에 따른 쇠고기 가격 하락으로 기존에 생산자가 누리던 편익을 소비자가 차지하게 되는 부분이다. 정답은 ③.

[최봉제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