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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묶음과자엔 … 꿀맛·노맛 섞여있을까?

최봉제 매경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입력 2024-03-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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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간식거리를 사러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과자 여러 종류를 한데 묶어 파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령 새우깡·양파링·감자칩 한 묶음을 4000원에 파는 식이다.

한 번에 과자를 세 개씩이나 사면 기특해서 할인이라도 해주려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편의점 매대에서 볼 수 있는 '2+1' 판매 전략과 다를 바 없는 흔해 빠진 수량 할인의 한 종류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새우깡 세 개를 묶어 4000원에 팔아도 될 것을 왜 굳이 맛이 제각각인 세 종류의 과자를 한데 묶어 파는 것일까? 이런 판매 전략이 마트의 이윤 증가에 실제로 도움이 될까? 아래의 간단한 사례를 통해 이와 같은 판매 전략의 이면에 숨은 뜻을 살펴보자.

도심지 주택가의 한 마트 점주인 당신은 세 종류의 과자 새우깡·양파링·감자칩을 고객 영민과 은영에게 어떻게 팔지 고민하고 있다. 두 고객이 과자별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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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새우깡과 양파링을 묶어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지불용의가격'은 소비자가 물건 구매에 쓸 의향이 있는 최대 가격을 뜻하므로 영민의 경우 새우깡 1000원과 양파링 1200원을 더한 금액 2200원까지, 은영의 경우 새우깡 1200원과 양파링 1500원을 더한 금액 2700원까지 새우깡·양파링 묶음 구매에 쓸 의향이 있다. 이때 당신이 새우깡·양파링 묶음을 2700원에 판다면 은영에게만 팔 수 있으므로 2700원의 수입을 얻고, 2200원에 판다면 은영과 영민 두 사람 모두에게 팔 수 있으므로 4400원(2200원×2)의 수입을 얻는다. 따라서 새우깡·양파링 묶음 가격은 2200원이 적당하다.


한편 새우깡과 양파링을 각각 팔면 어떨까? 새우깡을 1000원에 팔면 영민과 은영 두 사람에게 팔 수 있으므로 2000원(1000원×2)의 수입을, 1200원에 팔면 은영에게만 팔 수 있으므로 1200원의 수입을 얻는다. 또 양파링의 경우 1200원에 팔면 영민과 은영 모두에게 팔 수 있어 2400원(1200원×2)의 수입을 얻고, 1500원에 팔면 은영에게만 팔 수 있으므로 1500원의 수입을 얻는다. 따라서 새우깡은 1000원에, 양파링은 1200원에 파는 것이 적당하며 이때 수입은 4400원(1000원×2+1200원×2)이다. 이것은 새우깡·양파링 묶음을 2200원에 팔 때의 수입과 같다. 즉, 새우깡과 양파링을 굳이 애써서 묶어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묶어 팔기로 수입을 늘릴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제 새우깡을 감자칩과 묶어 파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새우깡·감자칩 묶음을 2200원에 팔면 두 사람 모두에게 팔 수 있으므로 4400원(2200원×2)의 수입을 얻고, 2400원에 팔면 영민에게만 팔 수 있으므로 2400원의 수입을 얻는다. 이 경우 2200원에 묶어 파는 것이 적당하다. 한편 두 품목을 각각 팔 땐 새우깡과 감자칩을 모두 1000원에 파는 것이 적당하며 이때 수입은 새우깡을 1000원에 묶어 팔 때 수입 2000원(1000원×2)과 감자칩을 1000원에 묶어 팔 때의 수입 2000원(1000원×2)을 더한 4000원이다. 따라서 새우깡과 감자칩은 각각 파는 것보다 묶어 파는 것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왜 '새우깡과 감자칩'은 '새우깡과 양파링'과 달리 묶어 팔 때 수입이 늘어날까? 이것은 영민과 은영의 제품 선호도 간 상관관계와 관련이 있다. 새우깡의 경우 은영(1200원)이 영민(1000원)보다 더 높은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즉, 새우깡에 대한 선호도는 은영이 영민보다 높은 셈이다. 양파링도 은영의 선호도(1500원)가 영민(1200원)보다 높다. 즉, 새우깡과 양파링 모두 은영이 영민보다 높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두 품목 모두에 대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선호도를 가지는 것을 '소비자 선호가 양(+)으로 상관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두 품목을 묶어 판다고 해서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새우깡과 감자칩의 경우는 어떨까? 새우깡과 달리 감자칩에 대해서는 영민(1400원)이 은영(1000원)보다 더 높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 한 품목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선호도를 가지지만 또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낮은 선호도를 가지는 것을 '소비자 선호가 음(-)으로 상관돼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 묶어 팔기하면 수입을 늘릴 수 있는데 마트의 묶어 팔기 전략은 이러한 경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파링과 감자칩의 경우는 어떨까? 양파링에 대해서는 은영이, 감자칩에 대해서는 영민이 더 높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계산해볼 필요도 없이 묶어 팔면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잘 믿지 못하겠거든 앞서 보여준 대로 스스로 계산해서 확인해보라.

 

[경제경영연구소 최봉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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