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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대칭이 가장 큰곳 … 바로 중고차 시장이죠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12-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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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가 고장 등 사고이력 감추면
살 사람은 '제품 문제' 알기 힘들어
저품질만 거래되는 '역선택' 많아
중고거래시장, 레몬마켓으로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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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매경DB

지난해 두 남성이 '당근마켓'으로 만나서 어색하게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유튜브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해당 동영상의 모티브가 된 '당근마켓'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 당근마켓 매출액은 약 257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대략 500억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습니다. 최근 중고 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것은 가파른 물가 상승률과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앞서 소개한 당근마켓처럼 중고 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성장해 거래를 활성화한 공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는 시장에서 물건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보다 판매자가 더 많이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고 제품의 경우에는 정보의 차이가 더 큽니다. 예를 들어 쓰던 휴대전화나 오랫동안 살던 집을 팔 때 판매자는 해당 상품의 단점들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반편 소비자는 거래 전 잠깐 제품을 살펴볼 수밖에 없어 문제점들을 모두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장에서 판매자와 소비자가 거래할 제품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차이가 큰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정보 비대칭'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역선택 혹은 도덕적 해이와 같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원인이 됩니다.

정보 비대칭성이 큰 중고 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중고 자동차 시장입니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잠깐 차를 둘러보거나 시험 운전을 해볼 수는 있지만 오랜 시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선택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레몬 마켓'이라고 부릅니다. 영어권에서는 관용어로 잔 고장이 많은 중고차를 '레몬(lemon)'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의 레몬은 우리말로 '고물차'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몬이 왜 고물차를 의미하는지 이해하려면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의 '딱정벌레(비틀)'라는 소형차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폭스바겐의 '비틀'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생산돼 80년의 역사를 가진 스테디셀러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딱정벌레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잔 고장이 많은 고물차로 평가받았습니다. 소형차인 비틀은 연한 노란색의 차량 판매가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내구성이 떨어지고 성능이 좋지 못한 연노랑, 즉 레몬 색깔의 비틀은 저품질 중고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중고 거래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가 손해를 볼 위험이 큰 시장에 대한 관용적인 표현으로 '레몬 마켓'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중고 시장에서 잔 고장이 많은 저품질의 상품만 거래되는 현상을 '역선택'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는 똑같은 중고 자동차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고, 이전 주인이 잘 관리했다면 10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자동차가 사고로 크게 파손된 이력이 있다면 그 가치는 600만원으로 하락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구매자들은 어떤 차가 사고 경험이 있는지, 혹은 좋은 차인지 겉보기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구매자는 둘 다 좋지 않은 자동차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판매자에게 800만원, 즉 두 자동차의 평균적인 가치로 거래하자고 제안합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만일 1000만원짜리 자동차를 800만원에 구입하면 이득이지만 600만원짜리를 800만원에 사게 된다면 손해 보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고 판매자를 설득합니다. 결국 사고가 없었던 좋은 차의 소유주라면 '그 돈을 받고 판매하느니 차라리 내가 더 타겠다', 아니면 '차가 없는 다른 가족에게 그냥 선물하겠다'라고 생각하며 판매를 포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고를 경험한 차량이거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결함이 많은 자동차의 주인이라면 이런 제안을 승낙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중고차 시장에서는 주로 좋지 않은 자동차만 거래될 수밖에 없는 유인이 큽니다.

앞서 역선택 현상은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좀 더 정직해지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요? 역선택은 판매자가 소비자를 거짓으로 속여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판매자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은 '사기', 즉 범죄입니다. 그런데 비대칭 정보로 발생하는 역선택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짧은 순간에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다 얻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판매자가 굳이 소비자가 찾지 못한 불리한 정보를 일부러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사례들이 있습니다. 중고차 구입 후 1년 동안 무상으로 품질을 보증해주는 서비스나 중고 자동차에 대한 모든 사고와 법률적인 이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습니다. 산업은 다르지만 정보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시장 실패를 해결하면서 많은 수익을 얻은 다른 기업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르는 '에어비앤비' '구글'과 같은 회사가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보완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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