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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여행 계획한다면 '빅맥지수' 낮은 나라 가볼까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11-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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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
환율 감안해 달러로 바꿔 비교
여행지 물가 얼마나 비싼지
빅맥지수 따져보면 알 수 있어
북유럽 일부 국가·스위스 빼면
화폐 구매력 달러보다 저평가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늘고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환율 지식도 늘게 됩니다. 수업 시간에 환율을 배울 때는 어렵기만 했는데, 한 번 해외에 다녀오고 나면 해당 지역 환율은 훤히 알게 됩니다. 환율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경제지표이지만 정확한 뜻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흔히 뉴스에서 말하는 환율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언급되는 환율은 대체로 원·달러 환율을 의미합니다. 외환시장에서 우리나라 화폐인 원화와 미국 화폐인 달러화가 교환되는 비율입니다. 특별한 이야기 없이 '환율이 1200원이다 혹은 1300원이다'라고 하면 이때 환율은 원·달러 환율을 뜻합니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 시대를 맞아 해외여행과 출장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번 겨울 방학에 다른 나라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여러분은 어떤 나라를 가고 싶으세요? 유럽이나 미국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만약 치안만 담보된다면 남미나 동남아시아도 괜찮은 여행지가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경비를 쓴다는 가정하에 미국이나 유럽을 선택하면 아무래도 비싼 물가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숙소에서 묵고 저렴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동남아나 남미로 가면 같은 예산으로 훨씬 좋은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가령 뉴욕은 20만원 혹은 30만원 이상을 내도 모텔 수준의 열악한 숙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동남아에서는 5성급 호텔에 체류해도 15만원 정도이고 20만원가량만 지불하면 굉장히 좋은 숙소에 묵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서유럽 출장을 다녀왔다'고 하면 괜히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빠듯한 경비 때문에 고생만 하다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남아나 개발도상국에 여행을 다녀오면 실속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에 따라 여행 경비 차이가 큰 것은 물가 영향도 있지만 환율이 체류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빅맥지수는 환율에 따라 여행 경비 차이가 큰 이유를 잘 설명하는 경제 개념입니다. 원래 빅맥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각국의 대략적인 물가를 감안해 화폐 구매력을 비교하기 위해 만든 지표입니다. 언론사에서 만들었지만 어떤 경제이론보다 직관적으로 통화 구매력을 통해 적정 환율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빅맥지수는 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빅맥' 가격을 명목환율로 환산해 달러로 표기한 값입니다.

최근 빅맥지수를 살펴보면 미국보다 빅맥지수가 높은 나라는 북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판매되는 빅맥 가격은 미국의 빅맥지수보다 아래에 위치합니다. '구매력평가설'에 따르면 화폐의 본질은 물건을 구매하는 능력에 있으므로 외환시장에서 각국 화폐의 가치는 구매력에 따라 평가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 하나가 1000원이면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사과를 한 개 구입할 수 있습니다. 5000원권으로는 사과 5개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럼 화폐시장에서 5000원권 지폐 1개는 1000원권 지폐 몇 개와 교환될까요? 더 말할 것도 없이 5개입니다. 1000원권과 5000원권 지폐의 교환 비율은 정확히 5 대 1입니다. 그럼 다시 빅맥지수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빅맥 가격을 5달러라고 가정해 봅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빅맥이 5000원이라면 빅맥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달러는 얼마의 원화와 교환돼야 할까요? 5000원을 5달러로 나누면 1000원입니다. 그럼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적정 원·달러 환율은 1000원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얼마인가요? 대략 1300원입니다. 한국의 빅맥지수는 5000원을 1300원으로 나누니깐 대략 3.8달러입니다.




사진설명

이처럼 빅맥지수는 각 나라에서 판매되는 같은 햄버거 가격을 해당 국가의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명목 환율에 따라 달러로 구매하는 비용을 산출한 결과입니다. 미국인은 한국에 와서 원화로 환전한 뒤 햄버거를 먹으면 미국에서 먹을 때보다 싼값에 햄버거를 살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5달러를 주고 햄버거를 먹어야 하는데 한국에 와서 5달러 환전하면 6500원을 받을 수 있고, 그 돈으로 햄버거를 사 먹어도 1500원이 남습니다. 따라서 빅맥지수는 실제 각국 화폐가 갖는 구매력에 비해 달러화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물론 각 나라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수없이 많지만 단순하게 빅맥을 기준으로 각국 화폐의 구매력을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고평가되었는지를 쉽게 이해하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빅맥 햄버거를 기준으로 각국의 화폐 가치를 평가했을 때 달러화보다 외환시장에서 고평가된 화폐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 북유럽 일부 국가와 스위스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빅맥 순위를 보면 우리가 여행 갔을 때 해당 국가의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혹은 우리가 환전해 여행을 갈 때 국내보다 얼마나 싸게 갈 수 있는지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행기 요금을 제외했을 때 빅맥지수가 낮은 나라를 선택하면 같은 비용으로 더 풍족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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