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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통화정책에도 세금은 내리는 이유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11-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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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공공재정에 쓰이지만
세수따라 경기 조정 역할도
경기 침체 속 원자재값 급등
긴축 통화정책으로 물가 잡고
감세로 실물경기 부양 의도
韓·美·日 등 앞다퉈 세율인하
빚 늘어 정부재정 악화 우려도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상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세금 징수는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는 격언을 남겼습니다.

국민을 뜻하는 거위가 소리를 가장 적게 지르게 하면서 거위 털, 다시 말해 세금을 가장 많이 뽑아내는 게 좋은 조세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을 거위에 비유한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지만, 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징수해야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이만한 비유가 없습니다. 18세기 말 프랑스 정치인들이 선배의 조언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세금을 걷다가 시민혁명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정권을 전복시키기도 하는 위험한 세금 제도는 왜 필요할까요? '보이지 않는 손'이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 기구라고 강조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애덤 스미스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들도 세금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합성과 배제성이 약한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공공재인 '국방서비스'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군대를 운영하면서 외국 군대로부터 나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줍니다. 내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나만 더 외국 군대로부터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국방 서비스는 이처럼 비배제성, 비경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그 나라에서 추방당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60조원입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국방비 지출이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외국 군대가 침범해 전쟁이 발생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주식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전쟁이 발생하면 시가총액이 수백조 원 혹은 1000조원 이상 하락할 것입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 아파트가 대략 400만개인데 개별 아파트 가격이 5000만원만 하락해도 2000조원의 자산이 증발하게 됩니다. 전쟁이 발생해 인명 피해나 건물이 파괴되고,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것까지 확대해서 산출하지 않아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전쟁을 연간 약 60조원의 예산으로 저지하고 있다면 어떤가요? 국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이 과도한 것일까요?

국방 서비스는 지출 대비 수익이 더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내느냐입니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어 무임승차가 가능합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비용을 개인이 직접 지불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공재는 민간이 아닌 국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세금 정책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를 조정하는 역할도 합니다. 올해 정부는 법인세율을 25%에서 24%로 1%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정부가 세율을 인하하면 거시경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기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민간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이 생산을 늘리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많아지고, 소득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세금을 적게 징수하면 경기가 회복되는 대신 물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염려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나라 재정을 운영하는 기획재정부가 그와 상반되는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경제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물가 상승은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발생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발생하는 '공급 견인(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전과 같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면 이윤이 전보다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같이 공급 측면에서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을 올립니다. 물건이 잘 팔려 가격이 상승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는 기업이 생산 수준을 전보다 확대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고통은 있지만 실업이 감소하고 소득이 증가하는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의 고통뿐만 아니라 고용과 소득이 함께 감소하는 이중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올해 시행된 감세정책은 공급 충격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실업이 증가하는 실물경제 악화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세율을 인하하는 재정정책으로는 실물 경기를 부양하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통화량을 감소시키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통해서는 물가를 잡겠다는 셈법입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세율을 인하하는 정책을 앞다퉈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세 징수로 인한 비효율성을 줄이고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부실한 정부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오랜 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신용등급이 우리보다 낮은 것은 일본의 심각한 재정적자 때문입니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GDP 대비 200%가 넘습니다.



사진설명

1. 공공재는 경합성은 높지만 배제성이 낮은 재화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 )

2. 세금은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더 많이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다. ( )

3. 공급을 중시하는 경제학자들은 법인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오히려 세수를 증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


정답 1. ×2.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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