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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전쟁까지 … 인플레이션 덮친 경제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10-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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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인한 원자재 대란에
경기부양 위한 확장재정 겹쳐
경제 침체속 물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정부가 긴축 나서기도 어려워
물가상승률 114% 아르헨티나
화폐보다 실물자산 선호 현상

 

폭염·고물가에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야채나 과일 가격이 몇 개월 전과 비교해 30~40% 이상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 등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야채나 과일 가격이 몇 개월 전과 비교해 30~40% 이상 상승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의류 가격도 10% 상승했다는 기사를 많이 접합니다. 2022년 곡물, 석유,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던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문자 그대로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우리나라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2020년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3%였습니다. 1970~1980년대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10%를 상회하던 것에 비하면 저물가 시대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올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를 상회했는데, 이는 1980년대 2차 석유파동 이후 최대치입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 이상 상승하면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자재 및 부품 수급 차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해외 공정에서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 원가가 상승했습니다. 질병 확산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지출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하고, 통화량을 큰 폭으로 증가시켰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2년간 지속되며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를 상승시켰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천연가스, 옥수수 등 주요 에너지 자원과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공급견인 인플레이션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물가 상승은 경기가 호황일 때 발생합니다. 이런 물가 상승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이에 맞는 정책을 내놓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사람들이 전보다 물건을 많이 사고,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서 물가가 상승할 때는 정부가 다양한 반(反)인플레이션 정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금리를 높일 수도 있고, 통화량을 감축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거나 정부 지출을 축소해도 됩니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니 정부가 긴축적 정책을 활용해도 실물 경제가 버틸 힘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물가 상승은 공급견인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정부가 쉽게 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량을 줄이고, 세율을 인상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데 정부까지 긴축정책을 하면 실물 경제는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은 선진국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도둑이 집에 들어와서는 돈은 그냥 두고 가고, 물건만 가져갔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물가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아르헨티나로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무려 114%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파국으로 가고 있는데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전보다 더 많이 소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말이면 극장가나 쇼핑몰에 사람들이 몰리고, 고급 레스토랑에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어찌된 걸까요?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사람들은 미래 소득 감소를 고려해 저축을 늘리는데 아르헨티나의 경우 극단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니 굉장히 기형적인 소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가 상승으로 돈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니 지금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해봤자 미래에 같은 돈으로 더 나은 소비를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한번 크게 상승하면 이후 상승률은 더 가팔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가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많이 발행하거나 정부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상승합니다. 혹은 실물 경제에서 공급이 감소하거나 수요가 증가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사람들이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물건을 미리 매점매석하면서 그 속도가 더 가팔라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물가 상승은 소비나 투자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국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2% 수준의 물가 상승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너무 물가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면 사람들은 현재 소비나 투자를 미래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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