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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꿨는데…특허권 20년만 보장하는 이유는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09-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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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취득한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약 8500건의 특허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회사가 되었다. 2위인 IBM이 출원한 4700여 특허 숫자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기술 강국인 한국에서 특허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제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개인이나 기업들은 특허제도를 통해 자신이 취득한 기술에 대해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반도체 산업이나 제약 산업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는 경우에 따라 수조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신약 개발은 경제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을 마치고 신약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10~20년의 긴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투자로 얻은 기술을 남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수조 원의 비용이 발생했는데 후발 기업들이 이런 초기 투자 비용 없이 그냥 모방할 수 있다면 연구비를 지출하지 않은 후발 기업이 오히려 더 싼 값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런 최초 기술 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허 제도가 생겨났다.

위험한 투자가 실패할지,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술이 완성되고 제품으로 나올 때까지 주주들은 노심초사하며 연구원들의 임금과 임대료, 연구에 필요한 원재료를 구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이렇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이를 다른 회사들이 모방하는 무임승차 문제는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식재산권이 배타적으로 보호되지 않으면 아무도 먼저 나서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기술을 개발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국가들은 20년 동안만 해당 기술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한을 정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한 뒤 20년이 지나면 특허로 인한 재산권이 소멸돼 다른 기업들이 원래 기업이 개발한 신약과 유사한 조합으로 비슷한 성능을 얻을 수 있는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20년으로 한정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혁신적인 이론과 방법들을 무에서 유로 다 고안한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지성과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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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새로운 발명이나 이론은 오랜 인류의 협업으로 얻은 결과물이니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자동차, 의류, 신약 등 20세기 발명품들은 처음 세상에 선보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더 좋은 디자인, 더 나은 기능들을 추가하며 발전해왔다.

만일 이런 발명품이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영구적으로 배타적인 재산권을 부여하면 해당 기술이 향후 발전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해당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좀 더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올 수 있다.

스마트폰이 기존의 다른 휴대전화보다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애플리케이션 때문이다. 과거 휴대전화는 제조하는 회사에서 특정 기능을 연구진이 미리 고안해서 제품 설계 단계에서 설치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추가될 수 없었다. 지금도 휴대전화의 계산기, 시계, 연락처 등과 같은 기능은 여전히 제품을 생산할 때 탑재된 기능이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SNS, 지도, 음악, 영화 등의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제조업체가 아닌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만든 결과물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삼성이나 애플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휴대전화에 빠짐없이 탑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혁신적인 신기술에 대한 특허권 기한을 20년으로 한정한 것은 이후에 혁신적인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더 다듬고 발전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만일 영구적으로 특허권을 개발자에게 부여하면 특허권을 가진 기업만 살아남아 독점의 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영구적으로 특허권을 보장해주면 기업이 경영활동으로 얻은 자산과 수익을 연구개발과 같은 생산적인 활동에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 기업들을 방해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부정적인 활동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화를 목적으로 한 특허 출원이 아니라 단순히 특허를 보유해 다른 기업의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 즉 '특허괴물(patent troll)'이 기존 기업들을 상대로 막대한 특허 소송을 진행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특허 기한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특허괴물들의 횡포를 제한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알쏭달쏭 OX 퀴즈

1.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 )

2. 제약업은 개발 비용이 높아 특허권한을 40년으로 책정하고 있다. ( )

3. 특허 기한을 제한하는 것은 특허괴물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 )

정답 1. ○2.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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