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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자원 풍부한 나라들…축복인가 저주인가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07-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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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새해가 되면 국왕이 국민에게 90만원 상당의 세뱃돈을 주는 나라. 정부가 가정당 평균 4대의 차량을 지원해 '자동차 왕국'으로 불리는 나라가 있습니다. 남태평양 보르네오섬 인근에 있는 '브루나이'입니다. 브루나이 국토 대부분은 숲과 삼림지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전체 면적의 2%도 안 됩니다. 인구도 43만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은 1929년 발견된 석유 덕분입니다. 브루나이의 석유 생산량은 일일 약 13만배럴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1972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동남아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수출하기 시작해 현재 동남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천연가스 생산국입니다. 브루나이는 이런 풍부한 천연자원을 국왕이 소유한 덕분에 천연자원으로 얻는 막대한 수익을 국민 복지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루나이는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모두 무상입니다.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자국민은 정부가 지원하는 기금으로 해외 유학도 갈 수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 역시 우리 돈으로 약 800원만 내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추가 지출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이 크게 개선되는 데는 천연자원이나 지리적 장점보다 그 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국민이 잘살고 부유한 나라가 되려면 '포용적인' 정치와 경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포용적인 제도란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 권력이 분산돼 있으며, 혁신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애쓰모글루 교수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권력과 부가 집중되는 것을 '탈취적' 제도라고 지칭합니다. 이런 탈취적 제도가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이 반드시 경제 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천연자원으로 얻는 수익이 고르게 분배되고, 해당 수익이 효과적으로 재투자돼야 천연자원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국가 경제 발전의 필수 요소로 높은 기술 수준, 선진적 제도, 풍부한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을 꼽지만 풍부한 천연자원은 필수 요건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프리 삭스와 앤드루 워너 교수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며 상식과 상반되는 주장을 합니다.

 

실제 97개국을 대상으로 과거 20년간 경제 성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가 성장한 18개국 가운데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2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세계은행(WB) 역시 이와 유사한 근거를 제시했는데,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희소한 나라에서 내전이 발생할 위험은 0.5%인 반면, 천연자원에 의존해 수익을 얻는 나라는 23%라고 발표했습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일수록 자원을 둘러싼 막대한 이권으로 독재나 부패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고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많다는 것이죠.

그러나 언제나 예외가 있듯이 '자원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꾼 나라도 있습니다. 1970년대 노르웨이는 북해 지역에서 유전을 발견했지만 다른 나라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고자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출로 유입되는 막대한 달러화가 자국 환율과 물가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수익을 기반으로 대규모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노르웨이는 국부펀드를 활용해 달러화 유입으로 자국 화폐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지연시키고, 국부펀드 운용으로 얻은 수익을 교육과 연구개발, 보건위생,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투입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풍부한 천연자원은 무엇일까요? 석유도 없고, 나무도 없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나 반도체에 들어가는 희토류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많지요. 특히 공부를 많이 한 인적자원이 풍부합니다. 197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는 '루이스 전환점'이라는 개념을 들어 개발도상국이 고도 경제 성장을 하는 임계치를 제시했습니다. 인구 보너스 혹은 인구 배당 효과가 고갈되면 경제가 침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1976년 루이스 전환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많은 국가가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이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원인을 두고 많은 경제학자는 특이할 만큼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았던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와 지나친 교육열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런 풍토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람이 긍정적인 천연자원으로 작용했습니다.

 

알쏭달쏭 OX 퀴즈

 

1.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포용적 제도 여부에 따라 천연자원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2. 세계은행에 따르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일수록 내전 발생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 )

3. 아서 루이스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는 초기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 )

정답 1. ○ 2.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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