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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유니콘 찾기' 혁신이 핵심이죠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06-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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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전설의 동물로 시가총액 10억달러가 넘는 벤처기업을 부르는 말로 사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니콘은 전설의 동물입니다. 머리에 뿔이 달린 말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신비의 동물이죠. 유니콘은 시가총액 10억달러가 넘는 벤처기업을 부르는 말로 벤처 투자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에일린 리가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퍼진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 혹은 스타트업은 설립 후 3~5년 사이에 30%도 안 되는 숫자만 살아남고 나머지 기업은 모두 도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10억달러를 넘어 10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100억달러를 넘는 벤처기업은 '데카콘'이라고 합니다. 또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 이상인 '헥토콘'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으로 주목받은 틱톡(TikTok)이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첫 번째 헥토콘이 되었고,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있습니다.

데카콘 기업 가운데 20여 년 전 시장에 존재했던 기업은 없습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쿠팡, 야놀자 모두 아직 인간 나이로는 20세가 채 안 되는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시가총액은 현재 수십조 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중금리가 0%대로 하락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 원자재와 같은 자산 시장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투자 시장으로도 유입되었습니다. 로버트 실러 교수가 이야기하는 소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성공한 사례만 살펴보면 지금이라도 유망한 벤처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벤처기업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실리콘밸리의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엘리자베스 홈스가 설립한 '테라노스'입니다.

테라노스의 창업주 홈스는 스탠퍼드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일하면서 2002년과 2003년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했던 전염병 사스(SARS)를 경험합니다. 이때 홈스는 의학 진단키트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어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메디컬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극소량의 혈액으로 250여 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학 진단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발표합니다.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홈스의 테라노스는 미국 최고의 메디컬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2015년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테라노스의 시장가치는 90억달러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에서 개발한 진단키트는 헤르페스를 포함해 불과 16종의 질병만 확인할 수 있고, 그것도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이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0원으로 추락했고 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습니다. 미국 법원에서는 홈스 테라노스 CEO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11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업이 높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제가 성장하려면 혁신(innovation)이 핵심 요소입니다. 더 이상 공장에 기계를 추가하는 전통적인 투자나 노동 투입 증가로는 산업이 고도화된 국가의 유의미한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농사를 짓거나 가족 단위의 가내수공업을 하던 인력이 생산설비가 잘 갖춰진 공장에서 일을 하면 생산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은 양적인 증가만으로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신약,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혁신적인 사업이 의미 있는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은 사활을 걸고 벤처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업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6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현재 운영 중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스타트업 투자총액은 50억유로 수준이고, 이 가운데 투자금액의 20%에 해당하는 10억유로를 핀테크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발전의 한계치에 이른 대기업과 선진국에 이와 같은 투자는 어쩌면 유일한 돌파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살펴본 홈스 CEO와 같은 불행한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거망동하지 않는 신중한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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