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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토요일

경제 공부 시사·경제 시사 찬반토론

˝간병 지옥 해결˝ vs ˝건보 재정 고갈˝

유가영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4-05-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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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급여화 어떻게 보세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을 뜻하는 이른바 '간병 지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간병비 급여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간병비 급여화란 국가가 간병 비용을 일부 또는 전액 지원해 환자나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입니다. 국내 사적 간병비 부담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0조원에 달합니다. 간병비 급여화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환자에게 적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의 간병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이 더욱 악화되고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사진설명
 
▷고령화 시대 가족 부담 완화
 
고령화로 인해 가족 간병 부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하며, 2025년에는 20.6%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주로 요양시설에서 수용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이 입원 환자의 치료와 돌봄을 동시에 담당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요양병원은 환자가 간병비를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하루 평균 간병비는 12만7000원에 육박합니다. 24시간 간병이 필요하면 한 달에 약 4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간병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환자와 가족의 재정 악화, 직장 포기, 사회생활 제한 등 간병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 인권 보호
 
간병비 급여화는 질 높은 돌봄 서비스 환경을 조성하고 불법 간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간병 인력을 최소한으로 채용하는 요양병원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간병 인력 부족은 돌봄의 질 저하와 낙상, 질식, 감염 등 사고 증가로 이어집니다.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로 사망자 21명이 발생했을 당시 환자 40명을 돌볼 야간 근무자는 간호조무사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더불어 간병인들의 과도한 업무는 환자 학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작년 한 요양병원 간병인이 뇌병변장애를 앓는 환자의 항문에 위생 패드를 삽입해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간병비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인력 추가 배치, 간병인 교육와 지침 강화로 이어져 환자 돌봄 환경이 개선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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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악화

간병비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책이 추진되면 건강보험에서 간병비 절반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 적자로 전환해 2028년 적자폭이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간병비를 급여화하면 매년 최소 15조원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다른 의료 서비스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본래 고액 진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간병비 급여화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재원 확보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로 국가 재정에 추가 부담을 주는 것은 위험합니다.
 
▷요양병원 병상 과잉 공급 우려

국민의 간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도'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요양병원 급여화가 진행된다면 재정 낭비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달리 요양병원 병상 수가 요양원의 침상 수보다 많습니다. 요양원은 장기요양 1~2등급을 받아야 하는 등 입소 요건이 까다롭지만 요양병원은 치료 목적으로 누구나 입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병비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요양원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장기간 받는 사례도 많아질 것입니다. 단순히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잉 의료를 방지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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