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4-07-12 11:16teen.mk.co.kr
2025년 03월 29일 토요일
23일 경북 청송군의 한 과수원에서 사과 농장 관계자가 고사한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한반도 아열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온대과일 재배 면적이 급감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아침엔 금사과, 저녁에는 독사과'.
자주 들어본 말이죠. 하지만 최근 사과값이 폭등하면서 '국민 과일' 사과가 장바구니에 담기 부담스러운 진짜 '금(金)사과'가 돼버렸습니다. 사과는 우리 국민이 가장 자주 소비하는 농산물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 보니 약간의 가격 상승이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에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최근 국민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과일·채소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이상기후가 지목되고 있는데요. 이상기후로 인하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고 합니다.
기후플레이션이란 기후(Climate)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을 꼽았습니다. 앞서 예로 든 사과만 해도 급격한 한반도 아열대화로 최근 30년 새 산지가 35%나 줄었습니다.
경북 청송에서 약 1만2000평 규모의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윤인섭 씨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올해 들어 전체 과수원의 사과나무 10%가 말라죽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에 의한 작황 부진은 심각합니다. 코코아의 주요 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 코트디부아르는 적도 부근에서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 영향으로 코코아나무가 병해를 입어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결국 글로벌 초콜릿 기업인 허쉬와 페레로 등이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 가격을 10%가량 올렸고, 초콜릿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초코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관련 가공식품들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쳐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의 작황 부진은 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알아야 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란 수요, 즉 재화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과 공급, 즉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만나 시장에서 거래가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한 법칙입니다.
이는 농산물 시장에도 적용됩니다. 가뭄, 홍수 등의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들게 되면 공급이 줄어듭니다. 농산물을 원하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부족해지는 경우 시장에서는 농산물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이 오르게 되죠. 농산물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농산물은 그 자체로도 많이 소비되지만, 농산물을 가공한 다양한 식품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밀의 공급이 부족하면 빵을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농산물의 공급 부족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처럼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통화정책만으로는 기후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해외 수입'의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농산물의 공급을 늘려 물가를 낮출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내 농가를 위협하고 식량자급률을 낮출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등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기후플레이션의 근본적 원인을 마주해야 합니다.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위기가 장바구니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사소하지만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방법을 먼저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