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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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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언제 이렇게 작아졌지? 고객 속이는 꼼수 가격인상

2023년 12월 01일 목록
■ 슈링크플레이션 비상
가격 직접 올리지 않고
슬그머니 중량만 줄여
정부, 식품업체 정조준
"고객에 정확히 고지를"
사진설명

얼마 전 미국에서 100년 역사를 가진 초콜릿 과자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논란은 오레오 크림 양이 줄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논란을 사상 최대의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제품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양을 줄인다는 의미인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제품 가격은 유지하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어 생산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제품을 기존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도 생산 비용을 줄임으로써 간접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에 주목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방문해 물가를 점검했습니다. 추 장관은 최근 발생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며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양을 줄여 파는 것이 판매자의 자율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품의 중량이 줄어든 사실을 소비자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격은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옥스퍼드대 경영대의 캐미 크롤릭 교수는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가 지갑에 미치는 영향을 더 신경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제품의 내용물이 줄어들 때 없어진 제품의 양보다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통상 제품 내용물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 더욱 어렵습니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맥주 묶음 팩의 캔당 용량을 375㎖에서 370㎖로 5㎖ 줄였고,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한 봉지 용량을 415g에서 37g 줄인 378g으로 미세하게 줄인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슈링크플레이션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품 내용물 중량 변경에 대한 소비자 고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제품의 '단위가격(g·ℓ당 가격 등)' 변화를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주요 식품 기업들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되자 정부는 식품업계를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16개 주요 식품기업(상장사 기준)의 영업이익은 1조22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해태제과, 농심, 오뚜기, 매일유업은 각각 247%, 103.9%, 87.9%, 63.7%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중량을 줄여 생산비를 낮추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이 이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장성원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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