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매일경제

Q.얼마 전 친구들과 직업과 소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적성과 흥미뿐만 아니라 소득도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그런데 한 친구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연봉을 더 받는다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대꾸했는데, 미국 연구 결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키가 평균보다 작은 편인데, 이런 얘기를 들으니 속상했어요. 진짜 키 큰 사람의 소득이 더 높은가요?

'키와 소득?' 낯선 조합이네요. 소득은 교육 수준이나 업무 경력, 성과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됩니다. 하지만 키와 소득은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키와 소득 간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놀랍게도 키가 작은 사람들보다 키가 큰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소득을 얻었다는 연구가 실제로 있더라고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앤드루 포슬레이트 교수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보다 키가 약 10㎝ 더 큰 사람이 소득도 1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구선수라면 키가 큰 게 유리할 수 있겠지만 경영자나 관리자, 사업가의 키는 소득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요. 왜 키가 큰 사람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돈을 더 잘 번다는 결과가 나왔을까요?

키와 소득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며, 포슬레이트 교수는 여러 추론을 해봤어요. '기업에서 키가 큰 사람들을 선호하는 걸까?' '키가 큰 사람들의 평균적인 가정 환경이 키가 작은 사람들보다 나은 건 아닐까?' 등의 추론이었죠.

농구선수처럼 키가 클 때 성과를 내기 유리한 산업이 아니라면 고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키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어요. 포슬레이트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력 같은 가정 환경 차이에서 오는 영향을 제거해 봤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키 큰 사람들의 소득이 작은 사람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추가 분석을 통해 놀라운 점을 발견했어요!

성인이 되었을 때의 키가 아니라 15~16세 때 키가 소득에 영향을 준다는 거였죠. 15~16세까지 작았다가 이후 성장에 속도가 붙어서 키가 커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런 사람들의 소득은 키가 작은 사람들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0대 때 키가 컸던 사람들이 10대 때 키가 작았던 사람에 비해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번다니요! 10대 때 키가 지능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포슬레이트 교수는 추가 조사를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어요. 바로 10대 때 키가 컸던 사람들이 10대 때 키가 작았던 사람들에 비해 스포츠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 같은 사회 활동 경험이 더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양한 사회 활동 경험은 팀으로 일하는 능력, 타협하는 능력, 포용 능력, 참을성, 리더십 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고요.

포슬레이트 교수는 사람들이 10대 때 했던 사회 활동의 영향을 제외한다면 키와 소득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건 키가 아니었어요. 키가 커서 소득이 높은 게 아니라 10대 때 키가 컸던 사람들이 학창 시절 여러 경험을 하며 사회성이나 타협 능력을 비롯해 조직 생활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능력들을 길렀고, 이 능력이 소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결론입니다. 결코 키가 소득에 영향을 준 게 아니란 말이죠! 10대 당시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 소득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키가 작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건 키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미래 사회 생활에 꼭 필요한, 다른 의견을 가진 동료들과 타협하고, 포용하고, 참을 줄 아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