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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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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발표한 사람이 더 유리한 이유는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05-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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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Q. 요즘 학교 수행평가 시즌이에요. 과목마다 수행평가가 있으니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거 있죠. 뭔가 조사하고 탐구해서 발표하는 것들도 있고, 악기 연주도 있고요. 발표하는 순서를 이름 '가나다순'으로 정해서 하기도 하지만, 먼저 하고 싶은 사람 먼저 하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빨리하는 것과 나중에 하는 것, 어떤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까요?

 

수행평가 쓰나미라니! 수행평가가 정말 많은가 보네요.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저는 언제나 출석번호가 앞쪽이었어요. 김씨니까요! 수행평가가 있어도 번호 순서대로 하는 경우가 보통이어서, 저는 앞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 정도에 하게 되었죠(가끔은 가장 먼저 하게 되기도 했고요). 발표든 악기 연주 시험이든, 뭐든 빨리하고 나면 이후에 마음이 편하긴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친구들이 하는 걸 보면서 '아,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구나'라고 느낀 게 있었기에, 그런 걸 반영해서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마음에 남곤 했어요. 제가 발표 순서를 정할 수 있다면 저는 늦게 하는 걸 선호했답니다. 그럴 때 결과도 더 좋았고요. 뒤 순서로 하는 걸 선호하는 것은 제 개인적인 취향이고, 뒤 순서로 발표할 때 결과가 더 좋았던 건 우연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요, 발표든 면접이든 순서상 나중에 하는 게 더 좋다는 연구가 있더라고요. 심지어 앞사람의 발표나 면접 과정을 관찰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말이에요.

 

빅터 긴즈버그(Victor Ginsburgh)와 얀 반 아우르스(Jan van Ours)는 세계적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게 되는 순서와 평가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상관관계를 분석했어요. 벨기에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이었는데, 이 콩쿠르는 여러 단계로 구성됐어요. 결선 마지막 단계에서 열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우승을 위해 경쟁하죠. 우승자는 상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콘서트 공연을 약속받게 되기도 한다고 해요. 결선 마지막 단계 참가자들은 6일간 밤마다 피아노 연주를 하게 돼요. 하룻밤에 두 명씩 야간 연주회를 하는 거죠. 콩쿠르 심사위원회는 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는데, 각자 독립적으로 점수를 매겨요. 이 점수를 합산해서 우승자가 결정됩니다. 긴즈버그와 아우르스의 분석에 따르면 6일 중 첫 번째 날 연주한 두 명의 결선 진출자는 다음 날 이후 연주한 결선 진출자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세 순위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요. 무작위로 순서를 정했기 때문에 순서와 연주 실력은 무관했는데 말이죠. 또 동일한 날 연주한 두 명의 결선 진출자 중에서는 나중에 연주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고 하고요. 6일 중 어떤 날에 연주하든 나중에 연주한 사람이 이득을 본 셈이죠.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전문가나 심사위원은 처음 나오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평가해야 할 사람이 여럿 남아 있으니, 어쩐지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게 꺼려지는 심리가 있나 봐요. 비교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처음 하는 사람은 비교할 기준점이 없으니까요. 운동화를 사러 쇼핑몰에 갔는데 처음 본 게 맘에 들더라도, '좀 저 둘러보면 더 나은 운동화가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처음 눈에 들어온 걸 바로 구매하게 되지 않는 것처럼 면접관이나 심사위원도 그러한 심리가 있다는 거예요. 남은 후보자가 적을수록, 심사위원들은 높은 실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발표 순서를 정할 수 있다면, 뒤쪽 순서로 정하는 게 유리할 수 있겠네요.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서로 나중에 하겠다고 다투면 어쩌죠? 순서보다 더 중요한 건 실력입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실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요. 실력이 비슷할 때 순서상 끝날 무렵에 하는 게 유리하단 거랍니다. 저는 학교에서 이 연구 결과를 얘기하고, 수행평가 발표를 할 때 먼저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곤 해요. 그러니 또 앞다투어 먼저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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