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03월 04일 월요일

경제 공부 시사·경제 생활 속 경제이야기

호텔도 날짜도 같은데 가격은 달라…무슨 일 일까요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3-11-16 17:39
목록
가격 결정 연구한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책에서 정의 내려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에 따라
똑같은 제품, 다른 가격 책정
포털 검색으로 호텔 찾는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유인해
비교할 시간이 아까운 고객은
호텔사이트 가격 높아도 예약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Q. 얼마 전 여행을 가려고 호텔을 예약했어요. 항상 이용하는 호텔 예약 플랫폼에 들어가서 예약하고 결제하려는 순간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멈췄어요. 통화가 끝난 후, 호텔 위치를 확인할 겸 구글맵에서 호텔을 찾아보다가 예약 플랫폼에 들어갔어요. 똑같은 호텔과 날짜인데 가격이 더 저렴한 거 있죠? 다시 호텔 예약 앱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결제하려다 멈춘 비싼 가격 그대로였어요. 똑같은 예약 플랫폼인데 구글맵을 통해 들어갈 때랑 바로 앱으로 들어갈 때랑 가격이 다른 이유가 뭔가요?



A. 와, 결제 직전 전화를 걸어준 친구에게 고맙겠는데요? 그렇지 않았으면 비싼 가격으로 예약했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저는 다양한 잡화들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앱을 깔아두고 이용하곤 하는데, 우연히 포털을 통해서 그 쇼핑몰에 들어가니 같은 상품의 가격이 더 싼 거 있죠? 이상해서 몇 가지 상품을 비교해서 검색해봤는데, 대체로 포털을 통해서 쇼핑몰에 들어갔을 때 좀 더 저렴한 거예요. 뭔가 속은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그 후로 어떤 상품을 사려고 할 때, 포털에서 먼저 검색해서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대체 왜 같은 상품인데 가격이 다를까요?


가격 결정에 대해 연구해 '프라이싱'이라는 책을 쓴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가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라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가치만큼 가격을 지급할 의향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똑같은 제품도 상황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가 다릅니다. 가령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고 해봐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를 기다리던 팬들은 당장 보고 싶을 거예요. 극장에 가서 1만5000원을 내고 보는 거죠. 몇 주가 지나면, 스타워즈 '찐팬'들은 대부분 영화를 봤을 거예요. 그럼 OTT에서도 볼 수 있게 내놓고, 가격을 1만원 정도로 매겨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극장에 가서 볼 정도의 팬은 아니지만 집에서 시간이 날 때 1만원 정도 가격은 낼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보겠지요. 몇 개월이 지나면 가격은 5000원, 2000원으로 점차 내려갑니다. 구매 욕구가 높은 소비자를 먼저 흡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격을 낮춰가며 다음 소비자층을 흡수하는 식으로 조정하는 거예요. 새 스타워즈 시리즈에 높은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을 부여하는 결과가 되어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커지는 거죠. 새로운 기종의 스마트폰을 처음에는 비싸게 출시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격을 내리는 것도 비슷한 사례예요. 이처럼 제품에 높은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에겐 높은 가격을, 낮은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에겐 낮은 가격을 부여하는 기업의 전략을 '가격차별'이라고 부릅니다. 시차를 두고 가격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다양한 가격차별 전략이 있어요.

구글맵을 통해 호텔 예약 플랫폼에 들어간 경우와 호텔 예약 플랫폼에 바로 들어간 경우의 가격이 다른 것도 가격차별 전략의 하나로 보입니다. 구글맵에서 특정 호텔을 선택하면, 그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과 가격이 나올 거예요. 다양한 예약 플랫폼들에서 제시한 가격을 비교해보고 어느 플랫폼에서 예약할지 결정하게 되겠지요. 곧장 호텔 예약 플랫폼으로 들어가면 가격을 비교하기가 힘들고요.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은 구글맵이나 포털을 통해서 여러 플랫폼의 가격을 비교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그래서 구글맵이나 포털을 통해 접속하는 경우 가격을 좀 더 낮게 설정해둔 걸 거예요. 그에 반해 여러 곳에서 가격을 비교하느라 시간을 쓰기보다는, 평소 이용하는 플랫폼에 들어가 바로 예약하는 사람은 가격에 덜 민감할 가능성이 크고요. 항공 시장에서는 "같은 비행기라도 좌석마다 가격이 다 다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경로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해요. 가격차별을 통해 이익을 높이는 전략, 이해하셨나요? 이런 사례들, 생활 속에서 더 찾아보세요!

인쇄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