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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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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안입는 옷, 버리기 힘든 이유가 있다고?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3-10-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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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지위 등 한번 획득한 가치
손실 회피하려 더 높게 평가해
'7일 이내 무조건 환불' 내건
온라인 판매전략에도 활용

 

게티이미지뱅크

 

Q. 저는 옷을 참 좋아해요. 하나둘씩 사다 보니 옷장이 꽉 찬 거 있죠. 새로 산 옷을 걸어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안 입는 옷들은 정리하려고 했어요. 지금 입지 않는 옷들을 꺼냈죠. '버리긴 아까워. 언젠가는 입을지도 몰라' 싶은 생각에 버리기가 힘들더라고요. 더군다나 비싸게 샀던 옷이면 더 그렇고요.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입게 되지 않는 옷, 버리기 힘든 이유가 뭘까요?

A.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입지 않지만 버리기 아깝다고 가지고 있는 옷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입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취향이 변하다 보니, 이젠 입지 않을 것을 알지만 어쩐지 아까운 거 있죠. 버리기는 아까우니 중고마켓에 5만원에 판매하려고 올렸어요. 2주가 지나도록 사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어요. 3만원에 팔 의향이 있는지 묻는 거였어요. 3만원에 팔기엔 아까웠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그 옷이 없는 상태라고 가정하고 얼마에 살 의향이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만약 제가 구매자 입장이라면, 필요하지 않은 옷이다 보니 공짜라고 해도 받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제가 아깝다고 느낀 건, 그 옷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가치를 더 크게 여겨서 일 거예요. 더 이상 제게 필요 없는 건 3만원을 받고 파는 게 제게 이득이잖아요. 2주간 아무한테도 연락이 오지 않았던 걸 보면 더 높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희박했고요.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이나 권력, 지위 등을 한번 손에 넣게 되면 그걸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불러요.

 

네이버의 월정액 유료 회원제 구독 모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미지. 매경DB

 

빅토리아대학의 잭 네치 교수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A, B, C로 그룹으로 나누었어요. A그룹에는 머그컵을 주면서 머그컵을 초콜릿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B그룹에는 초콜릿을 주면서 머그컵과 바꿀 수 있다고 안내했고요. 마지막 C그룹에는 초콜릿과 머그컵 중 아무거나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C그룹 사람들의 56%는 머그컵을, 44%는 초콜릿을 선택했어요. 머그컵을 선택한 사람이 조금 더 많았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A그룹(머그컵) 멤버 중 초콜릿으로 교환한 사람은 11%밖에 되지 않았고, B그룹(초콜릿) 역시 자신의 상품을 머그컵으로 바꾼 사람은 10%밖에 되지 않았어요. 상품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르라고 하면 머그컵과 초콜릿을 비슷하게 선택했지만, 둘 중 어떤 상품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지면 그걸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한 거죠. 우리의 뇌에는 소유한 걸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걸 손실로 여기고 이런 손실을 회피하려는 부위가 존재한다고 해요. 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보유효과가 나타나는 거예요.

보유효과는 실제로 보유해야만 생기는 게 아니라고 해요. 잠깐이라도 몸에 지니거나 혹은 그걸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기업들은 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7일 이내 무조건 환불' '한 달간 무료 체험' 등의 문구와 함께 광고를 하는 상품들, 종종 보이죠? 이처럼 '써보고 결정'하라는 건 좋은 상품이라는 신호를 보냄과 더불어, 보유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제품을 받아서 며칠 사용하다 보면 자기 물건처럼 여기고 애착이 생겨서 환불받는 일이 적어지거든요.

저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워치를 일주일간 써본 후 구매를 결정했는데, 써보다 보니 제 것이란 생각이 들고 이 물건이 사라지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쿠팡 등 온라인 서비스들도 한 달가량 더 좋은 옵션을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고화질 스트리밍' '광고 없이 재생' 등의 옵션 말이에요. 한 달 동안 고품질의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다시 일반 품질로 돌아가는 것을 꺼려 고객들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유지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써보고 결정'하라는 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품질 좋은 상품이라는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사람들이 이미 손에 들어온 물건에 애착을 갖는 심리를 활용한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이런 성향이 있는 걸 알고, 내 손에 들어오기 전 효용가치와 비용을 좀 더 냉철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거예요. 또한 내게 이미 효용가치가 없어진 물건은 아깝다는 마음을 접고 정리하는 게 이득이 되는 거란 것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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