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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보다 라지가 싸다고? 영화관 팝콘 가격의 비밀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3-09-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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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Q. 얼마 전 친구랑 영화관에 갔어요. 영화를 볼 땐 팝콘 아니겠어요? 팝콘 미디엄(medium) 사이즈랑 콜라를 주문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팝콘 라지(large) 사이즈+콜라' 세트를 주문하는 것과 가격이 같더라고요? 하도 신기해서 아래 메뉴 사진을 찍어 왔어요. 대체 왜 이렇게 메뉴를 구성하는 걸까요?

A. 팝콘 메뉴를 보면서 사장님이 어리석거나 실수한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가끔 샌드위치와 커피를 배달시켜 먹곤 하는데 '샌드위치+커피' 세트 가격이 샌드위치 단품 가격과 비슷하더라고요(세트가 100원 비쌌나 봐요). 사실 집에서 커피는 내려서 먹을 수 있으니 샌드위치만 주문하려고 하다가도 세트로 주문하는 게 이득인 느낌이라 세트를 주문하곤 했죠. 커피 한잔에 100원이면 거저나 다름없는 느낌이잖아요! 사장님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잘 알고 메뉴를 구성한 게 아닐까요.

팝콘 메뉴를 한 번 볼까요? 3000원짜리 스몰 사이즈가 5500원짜리 라지 사이즈+콜라 세트보다 더 이익인지는 확실히 판단할 수 없어요. 그런데 5500원에 미디엄 사이즈와 콜라를 주문하는 것보다는 5500원에 라지 사이즈+콜라 세트를 주문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어요. 후자를 주문하면 무료로 팝콘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셈이니까요.

사진설명

"거저잖아! 이걸 골라야겠군!"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만약 콜라 없이 팝콘만 먹겠다고 한다고 해도 라지 사이즈를 고르게 될 가능성이 커요. 스몰과 미디엄은 1500원 차이가 나는데 미디엄과 라지는 500원 차이밖에 안 나잖아요. 가성비에 대한 생각이 상대적으로 라지 사이즈가 이득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콜라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라지+콜라 세트를 주문하게 될 거고요.


댄 애리얼리 미국 MIT 교수는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적이 있어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를 정기구독하려 한다면 다음 중 어떤 항목을 선택하겠냐고 100명의 학생에게 물었어요.

① 온라인판 정기구독(59달러)

② 오프라인판 정기구독(125달러)

③ 온라인 및 오프라인판 정기구독(125달러)

100명의 학생 중 16명이 온라인판을 골랐고 84명의 학생이 '온라인+오프라인판'을 골랐어요. 오프라인판을 고른 학생은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도 고르지 않은 게 당연할지 몰라요. 같은 가격에 혜택이 더 많은 패키지 메뉴가 있으니까요.

그럼 '오프라인판 정기구독'은 쓸데없는 항목으로 생각되시나요?

놀라운 건 '오프라인 정기구독' 항목을 빼고 온라인(59달러)과 온라인+오프라인(125달러)만 선택할 수 있게 두니 59달러짜리 온라인판을 고른 학생이 68명으로 늘어났고, 125달러짜리 온라인+오프라인판을 고른 학생이 32명으로 크게 줄었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오프라인판 정기구독 항목은 온라인+오프라인판 정기구독 항목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미끼였던 셈이죠.

사람들은 어떤 절대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서 선택하는 일은 드물어요. 오히려 다른 것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그것이 더 좋다고 느끼면서 거기에 가치를 크게 매기죠. 위의 팝콘 메뉴에서도 미디엄 사이즈는 사람들이 비교를 통해 라지 사이즈나 라지+콜라 세트를 고르게 하는 미끼로 작용할 수 있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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