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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에드먼드 펠프스, 케인즈식 완전고용 허상 밝힌 거시경제학자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입력 2021-03-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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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는 케인스식 경제학이 본격적으로 경제정책에 영향을 주던 시기였다. 경기 침체로 인해 경제가 고통받는 경우 정부는 확장적 재정 운용을 통해 민간이 꺼리는 소비를 대신해줌으로써 실업과 경제의 산출량 저하를 예방할 수 있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싫든 좋든 모두가 케인스주의자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1970년대 말 오일쇼크 사태까지였다. 케인스학파의 낙관적 전망에 일찍이 경종을 울려온 소수 경제학자들의 선견지명이 회자됐는데,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E. Phelps)가 그중 하나였다.

Q. 펠프스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A. 펠프스는 1933년 미국에서 태어나 뉴욕 인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본디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당대 최고 경제학자 사무엘슨(P. Samuelson)의 교과서를 읽으며 경제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당시 거시경제학 이론에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당시 케인스학파는 개인(개별 소비자와 기업)의 행동은 배제한 채 가상의 집합적 경제주체(가계·기업)가 마치 그 자체로 실존하는 것처럼 간주했다. 이처럼 실제 경제주체의 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다 보니 경제주체가 겪는 경제현상과 심리가 경제이론에 반영되지 않는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펠프스는 유명한 필립스곡선에 메스를 들이댔다.

 


Q. 필립스곡선이란 무엇인가요.

A. 1950년대 말 영국 경제학자 필립스는 약 100년간의 자료를 이용해 명목임금 상승률(혹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음(-)의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실업률이 높을 때는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거나 감소하는 반면, 실업률이 4% 이내일 때는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다른 국가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났고, 현대 거시경제학을 이해하는 주요 분석 틀로 자리 잡았다. 높은 실업률은 국민에게 경제적으로 고통을 안겨준다. 이때 필립스곡선은 물가상승을 감내하는 대가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Q. 필립스곡선에 기대 반영 때 생기는 차이는.

A. 필립스곡선이 성립하는 이유는 실업률이 높고 경기가 나쁠 때 노동자들이 임금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업률 말고도 임금협상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요인이 있다. 바로 '기대 물가상승률(expected inflation)'이다. 펠프스는 노동자들이 임금계약을 할 때 (실업률과 별도로) 물가가 얼마나 상승할지 예상하고 그것을 임금 수준에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년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 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면 노동자들은 동일한 구매력을 보장받기 위해 임금 수준도 3%포인트 인상을 요구하며, 이러한 경제 전반의 인건비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수준이 노동자들이 기대한 것처럼 상승한다.

이때 노동자들의 물가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직전 연도에 경험했던 물가상승률이 그것이다. 이제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 과정에서 물가상승률이 3%포인트 증가했다고 생각해보자. 노동자들은 아직 물가상승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해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는 그대로인 상태다. 그러나 다음해에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중지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지난해 물가상승률만큼 올해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3%포인트의 임금인상률 적용을 요구하게 되고, 그에 따라 물가상승률도 기존보다 3%포인트 높아진 상태로 지속된다. 즉, 일시적으로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에 반비례 관계가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런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Q. 자연실업률은 어떤 개념인가요.

A. 이런 결론은 케인스학파와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펠프스가 제안한 '기대가 부가된 필립스곡선'은 케인스학파가 추구했던 '완전고용정책'이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확장적 정책으로 인한 물가상승률 상승 외에도 실업률이 과도하게 낮으면 물가상승률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물가 상승은 생산물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확장적 정책을 멈추는 순간 실업률은 점차 정상적인 수준으로 복귀한다. 심각하게 높아진 물가상승률은 덤이다.

이때 '정상적인' 혹은 '물가상승률을 가속화하지 않는' 실업률을 '자연실업률'이라고 한다. 자연실업률은 어떻게 결정될까? 노동시장에서 각각의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 최소 수준의 임금(유보임금) 이상으로 급여를 주는 직장을 찾아 구직활동을 하는데, 그런 곳을 찾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업은 항상 존재한다. 만약 기업이 시장지배력이 높고 낮은 실질임금으로만 고용하려 한다면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져 구직기간(실업상태)이 길어질 것이다. 한편 실업보험제도가 잘 갖춰질수록 근로자들이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기 위해 실업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다. 펠프스는 이처럼 자연실업률이 노동시장의 제도적·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구조적 실업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펠프스의 이러한 연구는 1970년대에 기존 필립스곡선의 관계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으면서 시대를 앞선 통찰로 인정받았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 물가상승률을 상승시킨다. ( )

2.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 )

3. 지속적 확장정책을 통해 최적의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다. ( )

▶ 정답 = 1. ○ 2. ○ 3. X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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