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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돈 4천조 중 실제 현금은 얼마일까?

경제경영연구소 콘텐츠팀

입력 2024-06-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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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선 '돈'은 무엇일까요? 돈의 기능은 크게 지급결제와 가치저장, 셈의 단위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를 무리 없이 수행한다면 그 형태가 무엇이든 다 '일종의 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금은 물론 예금이나 적금, 주식이나 채권 등 각종 수익증권도 경우에 따라 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유통되고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통상 시중에 쓰이고 있는 돈을 지칭할 때는 광의통화(M2)를 뜻하며, 3월 기준 약 3998조원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총량(실질 GDP)이 1995조원가량이니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 많은 돈은 어딘가에 실제로 쌓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3월 기준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돈은 268조원 정도입니다. 이 '돈'은 만질 수 있고, 물에 젖고 불에 타는, 물리적 실체가 있는 돈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돈 268조원을 토대로 재화와 서비스 교환이나 소득거래에 무려 3998조원의 돈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즉 실제 돈의 약 14.9배(≒3998조원/268조원)가 우리 경제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할까요?

 

돈은 은행들의 은행인 중앙은행만 찍어낼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조폐공사를 통해 진짜 돈, 즉 현금을 찍은 뒤 이를 시중은행을 통해 유통시킵니다. 이 돈을 본원통화(Reserve Base·RB)라고 하며 모든 종류의 돈의 토대가 되는 물리적 형태의 돈, 즉 현금입니다. 이 돈은 은행이 고객들의 지급결제 요구에 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인 '지급준비금(R)'과 은행이 아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인 '비은행민간보유현금(C)'으로 나뉩니다. 즉,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은 은행이 가지고 있든, 은행이 아닌 사람 또는 기업이 가지고 있든 둘 중 하나인 셈입니다.

 

한편 은행은 예금을 받은 뒤 이를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 대출을 해줌으로써 예금통화(D)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금통화는 여차하면 돈으로 바꿀 수 있으므로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으며, 가치저장과 셈의 단위 기능도 훌륭히 수행합니다. 따라서 예금통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돈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돈(M2)은 '예금통화'와 '비은행민간보유현금'의 합과 같습니다.

 

예금통화는 부분지준제도를 토대로 은행 대출 과정에서 만들어지므로 대출이 많을수록 예금통화의 크기도 증가합니다. 부분지준제도는 은행이 지급결제 요구에 응하기 위한 준비 자금을 수신한 예금의 전부가 아닌 일정 부분만 현금으로 보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한날한시 은행에 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들지만 않으면, 은행은 고객의 지급결제 요구에 능히 응할 수 있습니다. 단, 은행이 부도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거나 은행의 지급결제 능력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 동시에 돈을 인출하러 찾아오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은 데다 예금자보호제도(예금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을 보증하는 제도)나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부도 위기에 처한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여함으로써 은행 부도를 막는 기능)을 통해 예방할 수 있습니다.

 

화폐 발행량을 늘리는 경우 시중 통화량은 늘어난 본원통화의 양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는데 이는 통화승수가 1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나라 사례에서 살펴본 14.9배(≒3998조원/268조원)라는 수치는 바로 올해 4월 기준 우리나라의 통화승수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화폐를 1조원 더 발행하면 시중에 약 14조9000억원의 돈이 더 유통됩니다. 본원통화의 경우 그 양을 늘리고 줄일 때 시중통화의 양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서 고성능통화(high-powered money)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면 유통되고 있는 3998조원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268조원을 뺀 3730조원의 돈은 무엇일까요? 그냥 은행 장부에 적혀 있거나, 우리들이 머리로 있다고 믿고 있는 돈, 즉 신용화폐입니다. 다수의 사람이 '돈'이 있다고 진실로 믿으면 효용성 있는 '돈'으로 쓰이게 되며 이를 부분지준제도와 중앙은행과 정부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화폐경제는 이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정교한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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