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07월 27일 토요일

경제 공부 경제학 교실 경제야 놀자

똑같은 옷인데…시내 상점에서 더 비싼 이유는

경제경영연구소 콘텐츠팀

입력 2024-05-24 14:44
목록
사진설명


우리는 가끔 똑같은 옷이 시내 중심가 상점에서는 비싸게 팔리는 반면, 교외 아웃렛에서는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봅니다. 같은 상품이 왜 서로 다른 가격에 팔리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중심가일수록 매장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일 것입니다. 옷을 떼오고 점원을 고용하는 비용이 똑같다면, 높은 임대료는 옷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부동산 임대료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는 토지 임대료가 발생하는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차액지대론'을 제시했는데요. 밀을 재배하는 A국의 사례를 이용해 간단히 살펴봅시다.

 

A국의 토지는 비옥한 정도에 따라 1급지와 2급지, 그리고 황무지로 구분됩니다. 1~2급지는 10㏊(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00m인 정사각형의 넓이·1만㎡)씩 존재하며, 나머지 외곽 지역은 전부 황무지입니다.

 

1~2급지 각각은 지주(Landlord)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농부는 지주에게 땅을 빌려 밀을 재배합니다. 1급지에서 농사를 지으면 1㏊당 100가마의 밀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2급지는 조금 덜 비옥한 땅이기 때문에 50가마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황무지는 농사를 짓기에 가장 부적합한 땅으로 25가마밖에 얻을 수 없지만, 대신 주인이 없습니다. 모든 종류의 땅에서 면적당 농사 비용은 100만원입니다.

 

A국 전체 밀 수요량이 1200가마라고 가정해봅시다. 국가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밀의 양은 1~2급지를 전부 사용했을 때의 생산량보다 적으므로 2급지 중 일부는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2급지 소유주들 간에 임대료 인하 경쟁이 생길 것이고, 결국 2급지의 임대료는 0원에 수렴합니다.

 

밀 가격은 얼마로 결정될까요? 1급지에 농사를 짓는 경우 밀 한 단위당 생산비는 1만원이고 1000가마를 생산하며, 2급지의 경우 2만원으로 500가마까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낮은 순서부터 그래프로 나타내면 A국 밀 시장의 공급곡선을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수요량이 1200가마로 정해져 있을 경우 밀의 균형가격은 2만원이 됩니다.

 

반면 1급지를 빌리면 2급지보다 ㏊당 50가마를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농부들 사이에 경쟁이 붙고, 임대료는 2급지보다 높게 책정될 것입니다. 1급지 임대료는 최종적으로 50가마(1가마당 2만원이므로 100만원)에서 형성될 것입니다. 이보다 낮다면 농부들 사이에서 임대료를 높여서라도 땅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생기는 반면, 100만원보다 조금이라도 높다면 농부들은 비싼 1급지를 빌리는 대신 2급지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1급지의 임대료는 1급지와 2급지 간의 생산물 격차(100가마-50가마)와 같습니다.

 

한편 A국 인구 증가로 밀 수요가 2000가마로 늘어난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식량 수요 증가로 2급지도 모자란 상황이 됐기 때문에 농부들은 황무지를 개간하기 시작하고, 시장 균형가격은 4만원까지 상승합니다. 즉, 차액지대론에서는 농사에 사용되는 가장 열등한 토지(한계지)에서의 비용이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됩니다.

 

2급지를 소유한 지주들은 땅을 빌리기 원하는 농부들이 충분히 많아 드디어 임대료를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바로 아래 등급 토지인 황무지의 수익 이상으로 임대료를 책정하면 농부들이 다 황무지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임대료는 25가마(=100만원)에서 형성됩니다. 한편 1급지는 아래 등급 토지(2급지)의 임대료가 상승했으므로 75가마(=300만원)까지 덩달아 인상됩니다. 즉, 농산물 가격은 생산성이 떨어지는(단위당 생산비용이 높은) 토지까지 생산에 이용되다 보니 상승하는 것이며, 지대가 비싸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면서 지대도 따라 오른다는 것입니다.

 

도시의 매장 임대료도 비슷한 방식으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중심가는 유동인구가 많아 5억원의 매상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외곽 지역은 손님이 덜 드나들어 매출이 2억원으로 예상된다면, 두 지역의 임대료는 3억원가량의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중심가 내에서도 대로변에 위치한 매장의 임대료가 이면도로(뒷길) 방향으로 난 매장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마찬가지 이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도시 인구의 증가는 중심가와 최외곽 간 수익성 차이를 벌림으로써 부동산 가격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인쇄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