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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국에 돈 몰아주는 월드컵? 축구팬들 위한 겁니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2-11-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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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한민국은 모두가 한마음이었고,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생애 다시 경험하기 힘든 기적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원래 목표였던 16강을 넘어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2002년 월드컵은 그렇게 우리에게 큰 감동과 흥분을 안겨 주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우승 상금은 4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510억원이다. 월드컵의 명성을 고려해도 우승 상금 규모는 다른 대회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노벨상 상금(약 13억원)의 40배에 달하고, 윔블던 테니스 우승 상금 200만파운드(약 31억원)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축구는 전 세계 동호인 수가 가장 많은 운동인 데다 최상위 선수들 몸값을 고려하면 월드컵 우승 상금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우승국이 받는 상금과 준우승국 상금의 차이가 크다. 월드컵 우승팀 상금은 4200만달러인 반면 준우승팀은 3000만달러를 받는다. 1위와 2위의 상금 격차가 1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60억원이 넘는다. 반면 준우승 국가와 3위 국가의 상금 차이는 300만달러다. 최종 우승은 이루기 힘든 목표고, 우승팀의 실력이 준우승팀에 비해 압도적이라면 이 같은 상금 격차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월드컵 결승에서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되는 사례를 우리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승팀 선수들은 상금 외에도 엄청난 부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월드컵과 같은 승자독식의 보상 구조가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일반 사업장에 적용된다면 제도 시행의 득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넛 가게에서 점원의 급여를 그들이 생산한 빵의 숫자가 아니라 빵을 많이 만든 순서에 따라 지급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만일 하루에 빵 100개를 만들어 1등을 차지한 직원과 빵 90개를 만들어 2등 한 직원의 임금 차이가 30%가량 발생한다면 90개를 만든 직원은 불만을 갖고 퇴사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2등을 했던 직원이 질투심과 복수심으로 전보다 더 열심히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1, 2위 직원들이 치열하게 경쟁해 긍정적인 효과가 일부 있어도 대다수 나머지 하위권 직원은 박탈감으로 본래 능력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월드컵과 같이 승자독식의 슈퍼스타 경제는 최상위 그룹의 경쟁이 치열한 조직 전체에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거나 톱클래스의 급여가 조직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월드컵 우승국과 준우승국이 얻는 보상이 비슷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들 간 상금이 비슷하고, 결승전 이후 대중에게 얻는 명성과 부가적인 소득도 큰 차이가 없다면 선수들과 감독은 치열하게 결승 경기를 준비하고, 시합에 온 힘을 쏟지 않을 것이다. 결승에 오른 두 팀은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다. 마지막 경기는 대충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월드컵 결승 경기의 TV 중계료는 천문학적이다. 한국만 중계료로 FIFA에 1000억원을 지불했고, 기업들은 결승전 하프 타임에 30초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십억원 단위의 비용을 지출한다. 수십억 명이 지켜보는 이런 값비싼 이벤트가 김빠진 콜라와 같이 될 수는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월드컵을 비롯한 프로 스포츠는 대체로 경기를 토너먼트 형태로 진행하고,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상금에 큰 격차를 둔다.

경제학자들은 월드컵의 상금 지급방식 같은 인센티브 구조를 '토너먼트 이론'으로 설명한다. 토너먼트 이론에 따르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승자가 막대한 보상을 얻을 때 값비싼 전리품은 구성원들이 보다 지속적이고, 치열하게 일하도록 만든다. 토너먼트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보상이 절대적 성과가 아니라 상대적 평가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서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과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원래 토너먼트 이론은 에드워드 러지어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경영진의 높은 월급은 나머지 직원들이 승진을 위한 경쟁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모델로 처음 고안했다. 현실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절대적인 생산성은 다른 임원이나 일반 직원의 10배나 100배가 될 수 없다. 물론 탁월한 CEO는 통찰력과 리더십으로 기업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회사 시스템을 개선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CEO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카리스마형 리더'보다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수성형 리더'가 더 많다. 그럼에도 CEO들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막대한 보상을 받는 것은 그들이 직접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 때문이 아니라 러지어 교수의 이론에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토너먼트 이론에 따라 임원이나 CEO 지위에 오르면 승진이라는 트로피와 함께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막대한 보상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조직 내 엘리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너먼트 이론의 효과는 조직 특성과 구성원들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인지적 평가 이론과 상대적 박탈감 이론에 따라 지나친 보상 격차는 오히려 많은 구성원들이 박탈감만 느끼도록 만들어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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