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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8일 화요일

경제 공부

[이슈 분석] 물가 뛰고 환전 장사진…'경제폭격' 맞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르포 루블화 가치 연일 추풍낙엽 물가 최대 30%까지 치솟아 사재기로 매장 텅 빈 곳도 러시아 은행결제망 퇴출로 한인무역상 송금 막혀 `절망`

러시아제재인플레이션

전명수 루스이코노믹 대표

입력 2022-03-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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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아파트의 주민으로 보이는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사진설명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아파트의 주민으로 보이는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침공을 감행하면서 양국 간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편에선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로 압박하면서 러시아 국민과 현지 한인들은 생활과 사업에서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역 컨설팅 사업을 하는 전명수 루스이코노믹 대표로부터 러시아 상황을 들어봤다.

필자가 러시아에 지난 10년간 거주하면서 겪었던 많은 경제·사회 변화 중 최근의 혼란은 가장 긴박한 것이다. 우선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소폭의 달러-루블 환율 등락은 일상적이지만 지금의 변동 폭은 심상치 않다. 한 달 전만 해도 달러당 약 75루블이던 것이 105루블까지 치솟았고, 앞으로 150루블까지 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1달러를 얻는 데 필요한 루블의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루블 하락은 '인생의 즐거움은 해외여행'이라고 여기는 러시아인이나 루블로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에게 큰 악몽이다.

이로 인해 서방의 제재가 발표된 지난달 28일부터 루블을 달러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환전은 조기에 마감됐고, 블라디보스토크 교민들은 백방으로 환전할 방법을 찾았지만 뾰족한 대안을 얻지 못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금지, 외국산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철수, 루블화 폭락이 더해져 러시아에서 수입품은 물론 자국산 제품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완제품 가격은 많게는 30%가량 급등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오름폭이 가장 크고, 생필품의 경우 정부가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전 매장에서는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사람들은 물건 사재기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방 진영이 러시아 은행들을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결제망, 이른바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시키면서 한인 무역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와 거래한 후 수출 대금을 받거나 돈을 송금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인 사업가들은 한국에서 상품을 들여와 러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서 한국으로 가는 송금이 막히게 된 것이다. 러시아 파트너들의 사정이 안 좋다 보니 기존의 외상 결제대금을 회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10년 넘게 사업을 해온 A씨는 "달러에 대한 송금과 입금이 막히면서 어떻게 사업을 해 나갈지 걱정"이라며 "한국으로 송금 자체가 불가능해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국제 사회에 반러시아 정서가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종식 후 한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려던 여행업자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2년 넘게 코로나19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했는데 코로나19가 끝나도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러시아 여행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며 "업종 전환까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러시아 국가 이미지 악화로 다양한 현지 이벤트를 위해 체결된 기존 계약들은 재검토 내지 철회로 이어지고 있다. 한·러 중소기업 간 비즈니스 상담 의뢰도 끊기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한국 정부의 신북방 정책으로 양국 중소기업 간 교류 행사가 많았지만 이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를 오가는 비행편도 끊기고 바닷길 노선도 대폭 줄면서 양국 간 교류가 중단되는 모양새라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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