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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위기인데…왜 법인세율 내렸을까

최근 고물가는 원자재값 오른 탓 기업 생산활동 위축 사전에 차단

법인세래퍼곡선인플레이션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2-06-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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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이전과 다른 경제정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선 정부가 세율을 인하하면 거시경제의 총수요 구성 요소인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기가 진작될 수 있습니다. 민간의 총수요가 증가하면 기업이 생산을 촉진해 일자리가 많아지고, 소득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적게 징수하면 총수요가 증가해 경기가 회복되는 대신 인플레이션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염려해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나라의 재정을 운영하는 기획재정부가 그와 반대되는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경제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물가 상승은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발생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발생하는 '공급 견인(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전과 같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면 이윤이 전보다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같이 공급 측면에서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건이 잘 팔려 가격이 상승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는 기업이 생산 수준을 전보다 확대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고통은 있지만 실업이 감소하고 소득이 증가하는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의 고통뿐만 아니라 고용과 소득이 함께 감소하는 이중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감세정책에는 공급 충격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돼 실업이 증가하는 실물경제 위축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즉 세율을 인하하는 재정정책으로는 실물 경기를 부양하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통화량 감소시키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통해서는 물가를 잡겠다는 셈법입니다.

이번 감세정책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견해와 감세정책이 투자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감세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경제학자들은 법인세율 인하가 그동안 누적된 정부의 재정적자와 소득 양극화를 확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세정책은 1980년대 '공급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레이건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원류를 찾을 수 있습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국제유가 폭등) 이후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과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레이건정부는 당시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소득세율을 70%에서 28%로 대폭 인하했습니다. 레이건정부의 공격적인 감세정책으로 실업률은 5%대로 급감했고, 1982년 이후 미국의 실물경제는 8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 같은 1980년대 레이건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이론은 '래퍼곡선'입니다. 래퍼곡선은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B Laffer) 교수가 제시한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형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세율을 인상하면 조세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적정 수준 이상으로 세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과표가 감소해 오히려 정부가 거둬들일 수입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은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키고 탈세 같은 조세 저항이 만연해 정부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래퍼의 논지입니다. 래퍼곡선에 따르면 만일 현재 세율이 적정세율보다 높을 때 감세정책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수를 증대시켜 재정건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공급 중시 경제학자들의 기대와 같이 정부가 세율을 인하하고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은 더 자유로운 경제 활동으로 수익이 증가할 수 있고, 정부도 과세할 수 있는 재원이 확대돼 세수가 늘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 중심의 경제정책이 적절히 운용된다면 민간 수익이 증가하면서 정부 재정도 늘 수 있어 적정세율을 찾는 것은 두 경제주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국가마다 경제 사정은 다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 법인세율은 21.5%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최고 법인세율 22%가 의회를 통과해도 OECD 평균보다는 낮은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OECD 선진국의 평균 법인세율이 적정세율이라고 가정한다면 한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세수 증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기업의 해외 투자가 위축되자 각국은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세정책은 상당 부분 이론적 근거를 갖추고 있고, 정책 효율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대기업과 일부 고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으로 작용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감세정책으로 당분간 재정 수입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예산을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지출 항목을 축소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급격한 물가 상승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다. ( )

2. 1980년대 초 레이건정부는 높은 물가 상승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율을 인상했다. ( )

3. 정부의 감세정책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 )

정답 1. ×, 2.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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