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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제임스 뷰캐넌 ˝정치인 사심이 경제망쳐˝ 공공선택론 주창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2021-03-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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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생산이나 소비를 연구하면서 기업과 소비자를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려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이기심에 의해 행동하는 사람들로만 모였음에도 시장은 최선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경제학의 묘미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Q. 경제학자들은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애덤 스미스와 같은 고전 경제학자들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정부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성장해 감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독과점, 외부 효과 등으로 시장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시장 실패)의 해결사로서 정부를 지목해 왔다.


특히 대공황 이후 케인스학파가 등장하고 정부의 경제 개입이 정당화되면서 정부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민 생활 안정에 대한 수호자로서, 확장 정책으로 경기 침체에 빠진 국민을 구해 낼 백기사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의 위험성을 경고한 학자가 있었으니,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뷰캐넌(James M Buchanan)이었다.

Q. 공공선택학파는 어떤 것을 연구하나요.

A. 뷰캐넌은 미국 테네시 출신으로, 남부 출신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며 자유주의자로 성장했다. 시카고대에서 그는 은사 프랭크 나이트 밑에서 수학하며 학자적 호기심에 성역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뷰캐넌은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깨트렸다. 경제학에서 생각하는 정치는 간단히 요약하면 '국민으로부터 모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물건을 각자의 돈을 사용하며 거래하는 '개인의 선택'과 달리, 집단의 선택은 어떤 방식으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와 정치제도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을 '공공선택' 학파라 부르며, 뷰캐넌은 이 분야의 개척자였다.

Q. 정치인을 바라보는 뷰캐넌의 시각은.

A. 그가 볼 때 정치인 또한 자신의 이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경제적 인간(경제인·homo economicus)'에 불과했다. 국가와 국민을 잘 이끌 수 있는 선량한 엘리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바로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지지율을 확보하고 당선되기 위해 정치인은 근시안적인 정책(처음에는 편익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절한 수준 이상으로 재정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뷰캐넌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된 사람일수록 정치인으로서 오래 살아남다 보니 훌륭한 정치인은 적어지고 사악한 사람만 남게 되는 상황을 '그레셤의 법칙(저질 금화가 양질의 금화를 사라지게 만드는 현상)'에 빗대어 설명했다.

Q. 정부실패는 왜 발생하게 되나요.

A. 뷰캐넌은 민주주의가 잘 발달된 국가에서도 정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경기 침체가 발생하고 실업률이 상승할 때, 정치인은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충분히 사용해 민심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경기 호황 시점에서 긴축재정을 실시해야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지만, 정치인은 이런 결정을 꺼려 하게 된다. 당장의 경기 수축은 모두가 싫어하지만, 확장적 정책의 대가인 물가 상승은 먼 미래에 찾아오며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권자는 공공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사업비를 국채나 간접세로 조달할 경우, 해당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지불해야 할 비용이 적게 느껴진다. 이런 재정착각(fiscal illusion)으로 인해 지자체별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대규모 건축물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정치인이 국민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결정을 내리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가령 전체 국민이 100명이고 그중 5명은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국가를 생각해 보자. 농장 주인들은 값싼 수입 사탕수수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어느 날 그들이 정치인을 찾아가 10원을 정치자금으로 전달하면서 사탕수수 수입을 규제해 달라고 로비를 하자, 국민은 기존에 1원에 구매하던 사탕수수를 이제 2원에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100원만큼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농장 주인들은 추가된 비용(사탕수수 가격 인상 5원, 로비자금 10원)을 훨씬 뛰어넘는 추가 수입(100원)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농장 주인들은 똘똘 뭉쳐 '이익집단'을 결성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 이뤄지도록 정치인을 압박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

뷰캐넌은 정부 실패에 대한 대책으로 법 제도의 개혁을 주장했다. 그의 다양한 제안 중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내용은 정부가 균형예산을 달성할 것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계속해서 정부와 공공부채의 규모가 커지는 오늘날 그의 통찰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의 달콤함에 취해 다가올 빚더미를 깜빡하는 선택을 내리면 안 될 것이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정치인은 사심 없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유인이 있다. ( )

2. 정치인은 자발적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하고자 한다. ( )

3. 이익집단은 다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 )

▶ 정답 = 1. X 2. X 3. ○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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