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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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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상승으로 부담된 '주휴수당'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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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원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2-11-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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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5%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주휴수당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수당을 넣지 않을 것이라면 애초에 주휴수당 자체를 폐지해 자영업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임금 체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 55조에 따르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는 일주일에 하루씩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주휴일이라 부르는데 주휴수당은 주휴일에 하루치 임금을 별도로 산정해 지급하는 것입니다. 주휴수당은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가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은 물론 아르바이트생도 받습니다. 금액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책정됩니다. 쉽게 말해 근로자가 주 15시간 넘게 일할 경우 5일을 일해도 6일 치 급여를 받는 것이죠. 사용자는 임금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고용노동부의 진정 대상이 됩니다.

주휴수당 이슈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던 2018년(16.4% 인상)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주휴수당 폐지 글이 올라와 공감 댓글이 수십개 달렸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일하지도 않은 주휴수당을 강제로 주게 할 거면 정부가 지급해라",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이 골치라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부담된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한편 지난 5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재점화되는 주휴수당 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을 다루어보겠습니다.

 

<찬성 논리>

1. 소상공인 부담 커져 고용 축소될 것

최저임금(시급 기준)은 ▲2016년 6030원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 ▲올해 9160원 순으로 인상됐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2017년도보다 48.7% 오르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7%에 불과합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 인상 폭은 더 큽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에 주휴수당까지 더하면 실질 시급은 1만 1544원까지 치솟습니다. 월급은 주 40시간 기준 201만 580원이 됩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감소'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전경련이 발표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면 최대 16만 5000개 일자리가 감소할 전망입니다.

2. 도입 당시 명분 줄어들어

주휴수당은 한국전쟁이 중이던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휴일도 없이 장시간 노동하며 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많았습니다. 주휴수당은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70여년이 지난 현재 근로시간은 줄고 임금수준도 크게 올랐습니다. 주휴수당이 존재할 명분이 사라진 거죠.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주휴수당을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튀르키예(터키)가 유일합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일부 차용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임금수준 상승, 근로시간 단축이 진행되며 1990년에 이미 주휴수당을 폐지했죠.

3. 무노동·무임금 원칙과 배치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근로의 대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은 실제 근로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지급해야 합니다. 주휴수당은 실제 근로한 시간과 관계없이 지급합니다. 일하지도 않은 시간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죠. 이에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 지급 회피를 위해 직원 1명의 근로시간을 주당 15시간 이하로 줄이는 '아르바이트 쪼개기'도 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주 17시간 이하 취업자는 136만명에서 215만명으로 58%가량 늘었습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초단기 아르바이트만 남는 것이죠.

<반대 논리>

 

1. 물가 크게 올라 실질소득 감소

노동계는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질소득은 감소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국내 임금 노동자는 약 2200만명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임금을 시급제나 일급제로 계산해 받습니다.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약 100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일주일 중 하루치에 해당하는 임금이 삭감돼 근로 조건이 악화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 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0% 상승했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주휴수당까지 사라지면 근로자들은 생활에 위협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노동시간 긴 한국은 주휴수당 필수

주휴수당은 근로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마지막 법적 보호장치입니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지나치게 길어 휴식권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 연간 노동시간은 203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깁니다. 2018년부터 주 52시간 시행으로 작년 연간 노동시간은 1928시간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깁니다. 반면 주휴수당이 없는 선진국의 작년 연간 노동시간은 미국, 일본은 1700시간대, 프랑스는 1500시간대, 독일은 1300시간대로 비교적 짧습니다.

3. 주휴수당 폐지는 사업장별 차별의 시작

주휴수당 폐지는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습니다. 법에서 유급휴일이 삭제되더라도 휴일과 관련된 내용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의 필수 기재사항입니다. 상당수의 사업장에는 단체협약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내 규정 내용까지 추가로 삭제해야 비로소 주휴수당이 사라지는 것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 간에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적어도 조합원들에게라도 유급주휴일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가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무급주휴일을 강제당할 수 있어 차별의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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