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지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2-10-11 15:07teen.mk.co.kr
2025년 12월 06일 토요일

송윤지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2-10-11 15:07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지난 17일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는데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액 결정단위, 최저임금 수준 등을 향후 전원회의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검토'를 언급했고,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첫 해인 1988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시행됐습니다. 식료품, 섬유·의복, 가죽, 신발, 나무, 종이, 전기기기, 기타제조업 등은 저임금 업종으로 분류돼 시간당 462.5원을 받았고, 음료품, 담배가구, 인쇄출판, 산업화학, 석유정제, 조립금속, 기계, 운수장비, 정밀기계 등은 고임금 업종으로 되어서 시간당 487.5원을 받았습니다. 일 8시간 근로기준 월급은 당시 각각 11만1000원과 11만7000원으로 약 6000원의 차이가 났는데요. 하지만 이후 산업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최저임금이 적용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지역별 구분 적용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습니다. 사실상 사문화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오고 있고, 윤 대통령이 지역별 차등적용까지 공약으로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둔 노사 간 치열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찬성 논리>
1. 업종별로 생산성 차이가 존재
직업이나 업종에 따라 발생하는 생산성의 차이를 고려해 그에 맞는 최저임금을 개별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전자 및 제조업은 노동생산성지수가 162.2인 반면 목재 제조는 85.9에 불과합니다. 서비스 업종에서도 컴퓨터는 137.9, 스포츠 및 오락은 79.2로 노동생산성에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같은 시간을 일할 때 창출하는 부가가치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업종에 따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성이 다른 만큼 높은 생산성을 지닌 업종에 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죠.
2. 사업자의 최저임금 지불능력 낮아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일부 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42%에 달하고, 중소기업들의 지불능력이 이를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달했다는 것이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15.3%입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못받는 근로자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 수준도 업종 간 차이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은 각각 5.2%, 1.9%에 불과하지만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은 54.8%와 40.2%나 됩니다. 농림어업이나 숙박업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건데요. 이렇듯 최저임금제도가 거의 무력해진 상황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3. 지역별 물가 차이 고려해야
해외에서는 지역별 물가 차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국가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 등은 업종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지역별로 물가나 임금 수준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는 동시에 업종별로도 인력 수급 상황 등을 파악해 최저임금에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올해 기준 도쿄(1만 783원)와 오키나와(8494원)의 최저시급 격차는 27% 수준인데요. 지역별로 물가가 적용되는 수준이 달라 그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게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물가 적용 수준이 다르다면 그만큼 생활비의 차이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요. 경영계는 수도권과 지역의 생활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그에 맞게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건비 부담이 낮은 지역에 터를 잡으려는 기업들이 더 많아져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추가적인 이유로 삼고 있습니다.
<반대 논리>
1. 차등 적용 기준 명확하지 않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정해야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조항이 생긴 1988년 당시 28개 소분류 업종으로 분류한 후 이를 2개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사업장들은 당시와 달리 훨씬 더 다양하게 업종이 나뉘어 있어 어느 업종을 대상으로, 어떤 기준을 갖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지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숙박·음식업으로 묶어 다른 업종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더라도 직원을 1~2명 고용한 동네 음식점과 수십명이 일하는 고급 호텔 음식점이 모두 같은 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 어떤 기준과 정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지 정하기도 어려운데 논의가 확대되면 동일 업종 내에서도 사업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커질 것입니다.
2. '저임금 업종'과 '저임금 지역' 낙인 우려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이가 난다면 최저임금이 낮게 설정된 특정 업종은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직업에 귀천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최저임금법 시행 첫해인 1988년에 이루어진 업종별 차등적용 이후 낙인 효과 때문에 오히려 그 업종에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역별 차등 적용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국이 단일 생활권인 국내 현실에서 지역 차등을 적용하면 특정 지역은 저임금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임금 지역에서 고임금 지역으로 인구 이동이 발생하는 등 실질적인 지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임금업종으로 낙인찍힌 사업주는 일하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져 결국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 비용을 감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3. 최저임금제 본래 목적 잊지 말아야
사용자의 지불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특정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희생하라는 주장은 제도 취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생계비와 임금수준 등 네 가지로 사업주의 지불능력은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최저임금위원회 제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6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으로도 모자라, 최저임금 아래에 또 다른 최저임금을 만드는 차등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중된 중소 영세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