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다큐·전시회가 아닌 생활 콘텐츠로 전통 경험 옛 문화 요즘 방식 소비해 박물관 술잔 등 굿즈 개발 전통시장 카페 만나 회춘
오랜 시간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소외되었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재조명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전통 문화'가 최근 Z세대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힙 트래디션(Hip Tradition) 열풍은 창의적인 방식을 통해 전통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최근 전통 민요를 힙합 비트에 맞춰 재해석하거나 한복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Z세대들은 '한국적인 것이 힙하다'는 시각으로 전통 문화를 바라보기 시작했으며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사극, 다큐멘터리, 유물 전시 등을 통해 전통 문화를 접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통 문화를 받아들입니다. 특히 역사적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소비하며 새로운 자극을 느낍니다. 이는 Z세대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뉴트로', 할머니들이 먹는 음식과 패션 취향을 따라 하는 '할매니얼'과 같은 맥락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MU:DS)'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물건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뮷즈란 '박물관(museum)'과 '굿즈(goods)'의 합성어로, 박물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의미합니다. 뮷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김홍도의 그림 '평안감사향연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잔에 차가운 음료를 담으면 선비들 얼굴이 붉게 물들고 주변에 꽃이 핍니다. 기존 박물관 상품과는 차별화된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Z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으며 출시와 동시에 매진되었습니다.
뮷즈의 등장은 박물관에 대한 기존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박물관 관람객 수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2023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수 상위 6위, 아시아 기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국 미술 전문 매체 '디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에 따르면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418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박물관이 이제는 새로운 감성을 자극하는 힙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중장년층의 주요 소비 공간이었던 전통시장은 최근 Z세대의 발걸음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Z세대는 디지털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장소와 그곳에서의 경험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이나 SNS 등에서 화제가 되는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곳 분위기나 먹거리를 즐기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본래 한약을 사러 오는 노인들이 많아 '노인들의 홍대'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경동극장 자리에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개점한 후 젊은 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급부상했습니다. 해당 지점은 옛 극장 감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높은 천장과 계단식 좌석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또 영화 자막처럼 주문 번호를 매장 벽면에 표시해 다른 매장과 차별화했습니다.
1950~1960년대 서울 최대의 양곡시장이었던 '신당동 싸전 거리'는 쌀 창고를 개조한 카페와 식당으로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싸전 거리는 과거의 정취를 간직하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힙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노포에 앉아 즐기는 맛있는 음식은 Z세대에게 최고의 콘텐츠가 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은 중장년층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