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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8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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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이 자꾸 사라진다면? 이름을 붙여주세요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10-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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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용돈을 받아서 지갑에 넣어둔 후, 며칠 지나서 보면 돈이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어요. 누가 가져갔나 싶었죠. 근데 제가 쓴 거더라고요. 올 초, 제 고민을 듣던 친구가 제안을 하나 했어요. 지갑에 있는 돈 3만원 중 1만원을 두 번 접어 학생증 뒤에 넣어두고, 1만원은 '비상금'이라고 정하라고요.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1만원을 접어서 학생증 뒤에 넣었습니다. 뭘 사 먹고 싶어도, 누군가가 빌려달라고 해도 '이건 비상금이지'라는 생각에 쓰게 되지 않더라고요. 반년 넘게 지난 지금, 아직도 그 1만원은 제 학생증 뒤에 있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이모가 놀러 오셨다가 주신 5만원은 정말 금세 쓰고 말았어요. 돈은 모두 같은 돈인데,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A.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해요.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 외에 예기치 못하게 생긴 돈은 더 쉽게 쓰게 되더라고요. 백화점 행사에서 우연히 상품권 받았던 날, 바로 세일하는 선글라스를 사 들고 왔거든요(심지어 돈을 더 보태서 산 거였어요). 누구나 이런 경험 있을 거예요. 부모님께 매달 받는 용돈보다 친척들로부터 예상치 못하게 받은 용돈이나 세뱃돈 등을 좀 더 쉽게 쓰게 되잖아요. 학생증 뒤에 접혀 있는 1만원이나, 친척 어른이 주신 1만원은 분명 같은 가치의 돈인데도 우리는 다르게 느끼는 겁니다. 왜 그런 걸까요?

학창 시절, 보고 싶던 공연이 있었어요. 티켓 가격이 2만원이었어요. 친구랑 함께 가기로 했는데, 그리 인기가 많은 공연은 아니어서 당일 공연장에 와서 티켓을 사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티켓을 사려고 현금을 준비해 가져갔죠. 그런데 지갑을 열어보니 돈이 없어진 거예요. 딱 티켓 가격 2만원이 사라졌습니다. 다행히 지갑 안에 3만원이 남아 있어, 티켓을 살 수는 있는 상황이었어요. 돈이 없어진 게 아깝긴 했지만, 이왕 공연 보러 갔는데 그냥 돌아오고 싶진 않더라고요. 남은 3만원 중 2만원을 꺼내 티켓을 샀습니다. 제 친구는 미리 예매하고 티켓을 미리 배송받아두었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도 오는 길에 티켓을 잃어버렸습니다. 가방을 탈탈 털어봤지만 티켓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 친구도 현장에서 티켓을 다시 살 수 있었어요. 지갑 속에 3만원이 있었고요. 하지만 친구는 티켓을 또 살 순 없다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티켓을 사는 데 이미 돈을 2만원 썼는데, 또 티켓 값을 낼 수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이런 현상을 연구한 학자들이 있어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티(Amos Tversky)가 함께 위와 유사한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니 돈을 잃어버렸을 때는 88%의 사람들이 티켓을 구매하겠다고 했지만, 티켓을 잃어버렸을 때는 46%의 사람들만 티켓을 재구매하겠다고 했어요. 똑같이 2만원의 가치를 잃어버린 셈인데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사람 마음속에는 가계부가 있어서 사용 항목마다 돈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있어요. 내가 받은 용돈 중 간식비 20%, 문화비 20%, 게임콘텐츠 10%, 비상금 10%… 하는 식으로요. 돈을 잃어버린 경우는 아직 티켓에 돈을 지출했던 건 아니기에 티켓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지만, 티켓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이미 문화비로 돈을 지출했기에 재구매를 안 하게 된다는 겁니다. 마음속 가계부는 항목별로 돈에 이름표를 붙여두고, 항목별 지출 금액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를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부릅니다. 심적 회계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하면 스스로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심적 회계를 활용해 스스로 지출을 조절하는 팁! 알려드릴게요. 첫째, 목표자금이 있으면 미리 떼어 저축하는 거예요. 3개월 후 갈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한 돈, 5년 후 대학생이 되어 배낭여행을 하기 위한 돈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금액은 매달 용돈을 받으면 미리 떼어 저축하는 거죠. 용돈을 통장으로 받는다면, 정기적금 통장으로 일정 금액이 나가도록 자동이체를 해두어도 좋습니다.

둘째, 공돈도 심적 회계의 한 항목으로 만드는 겁니다. 공돈이 들어왔을 때 막 쓰게 되는 건 심적 회계에는 없던 항목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원래 계획에 없던 돈이기에 어차피 없어져도 된다는 생각이라, 막 쓰게 되는 겁니다. 공돈이 생겨 그 돈으로 무언가 소비를 하려고 한다면, 그 액수의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떠올려보세요. 아마 좀 더 신중해질 수 있을 거예요.

셋째, 용돈으로 지출하는 각 항목의 한도를 정하는 거예요. 간식비 3만원, 게임 아이템 1만원, 문화비 3만원…. 하는 식으로요. 항목별로 소비가 한도를 넘지 않도록 조절을 하는 거예요. '게임 아이템에는 1만원까지만 지출한다' 정했는데, 1만원이 되면 지출은 더 이상 아이템에 쓰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누가 강제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스스로 정한 규칙을 용돈 관리 앱과 연결해서 정리해두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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