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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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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비 될 상인가 불꽃 튀는 궁케팅 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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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소주방에서 열린 경복궁 생과방 행사에서 기자가 궁중다과와 약차를 체험하고 있다.

"그 어렵다는 경복궁 생과방 티케팅에 성공했어요!"

조선시대 임금이 먹던 궁중 병과와 약차를 궁궐에서 직접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다 경복궁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진행되는 '생과방(生果房)' 후기에 눈길을 빼앗겼습니다. 인기 콘서트 티케팅만큼 어렵다는 '궁케팅'에 도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생과방에 도착하면 조선시대 복장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이어 수라간 나인이 예법에 따라 차를 소개하고 음식을 내어주는데요. 예쁜 자개함을 열어보면 주악부터 곶감단지, 금귤정과, 쌀엿강정 등 6가지의 다과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와 함께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마치 조선시대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최근 Z세대 사이에서 궁궐 프로그램 인기가 뜨겁습니다. '궁궐'과 '티케팅'이 합쳐진 신조어 '궁케팅'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궁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예매 시작 후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매진됩니다. 생과방의 경우 5만명에 달하는 접속자가 몰리며 '피케팅'(피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습니다.

'덕수궁 밤의 석조전' '창덕궁 달빛기행' 등 다른 궁궐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닙니다. 덕수궁 정원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고종이 사랑했던 가배(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가 하면, 청사초롱을 들고 창덕궁의 후원을 거닐며 은은한 정취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 궁궐에서는 고유한 역사와 공간적 특징을 바탕으로 맞춤형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2023년 궁궐 관람객 수는 14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Z세대가 궁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궐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전통적인 공간이지만 그 의미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힙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한복을 입고 고궁을 거닐며 인증샷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최근 Z세대는 궁중 의례에 직접 참여하거나 옛 음식을 맛보는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최근 10·20대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요소들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힙 트래디션(Hip Tradition)'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힙 트래디션이란 '힙(Hip)'과 '전통(Tradition)'이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상대적으로 역사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전통 문화는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힙하고 이색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을 디자인으로 활용한 굿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시장 역시 힙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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