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2030 자린고비들
2018년 대학 신입생이던 A씨는 그해 6월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bbq 황금올리브치킨'을 먹으며 러시아월드컵을 시청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2시간 정도를 하면 치킨 한 마리를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전역 후 복학한 뒤 지난해 12월 카타르월드컵을 보면서 같은 메뉴를 구입했지만 버는 돈에 비해 치킨값은 크게 올라 있었습니다. 지난해 최저시급이 9160원으로 인상돼 좀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머니 사정은 더 얄팍해진 느낌이었습니다.
A씨는 이를 숫자로 분석해 보고자 일명 '치킨비율'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치킨비율은 '당해 연도 최저시급÷같은 해 bbq 황금올리브 치킨 한 마리 가격'으로 정의합니다. 한 시간 일을 해서 치킨 몇 마리를 사 먹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것이죠. 2018년 치킨비율은 약 0.47마리, 2022년 치킨비율은 약 0.45마리로 5% 정도 하락했습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사 먹을 수 있는 치킨의 양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죠.
치킨만의 일일까요? 물가를 반영한 2022년 월평균 실질임금은 2021년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해마다 최저시급이 오르더라도 대다수 제품들의 가격 인상 폭이 그보다 더 크기 때문에 실질임금은 줄어드는 것이죠.
코로나19 이후 저성장과 취업난 등으로 미래가 불안해진 MZ세대는 과시소비를 뜻하는 '플렉스(FLEX)' 대신 '짠테크'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짠테크란 짠돌이+재테크의 합성어로,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 투자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냉파(냉장고 파먹기)' '탕파(탕비실 파먹기)' '공유경제(나눠 쓰기)' 등을 통해 생활비를 극도로 줄이는 방법과 스마트폰 앱으로 적은 돈이라도 모으는 '앱테크' 등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앱테크'를 검색하면 짠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채팅방을 여러 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픈채팅방 '거지방'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사람들이 돈을 절약하는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로 격려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다양한 짠테크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눈물의 짠테크 어디까지 해봤니
짠테크 체험해보니…
최근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젊은이들이 다양한 짠테크 방식을 공유하며 어려운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MZ세대에게 유용한 짠테크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토스 만보기 포인트 적립
앱테크
▷ 토스 '만보기'
토스 만보기 서비스는 지난해 사용자 400만명을 넘긴 히트작입니다. 토스 앱 내 '혜택' 탭에 접속해 이용 가능하며 '걷기 미션'과 '방문 미션'을 통해 하루 최대 토스 포인트 140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 적립 등 리워드 외에도 걸음 수를 분석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시간 분석'은 연령대별 평균 기초대사량을 기준으로 소비한 칼로리를 계산해주고, 같은 성별 및 연령대와 비교해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보여줍니다. 다만 포인트가 500원 이상 돼야 출금할 수 있다는 점, 140원이 하루 상한이라는 점이 단점이죠.
NH투자증권 시드 앱 화면
▷ NH투자증권 '시드'
NH투자증권이 지난달 출시한 증권업계 최초의 앱테크 서비스 '시드'를 사용해봤습니다. △클릭만 해도 받을 수 있는 포인트(클릭형) △미션 달성하고 포인트 쌓기(액션형) 등을 통해 다양한 유형과 난이도의 미션이 주어집니다. 참여를 통해 획득한 리워드(NH포인트)는 국내 주식 소수점(100원 단위) 매매, 해외 주식 소수점(1000원 단위) 매매,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전환도 가능합니다. 미성년자 등 상대적으로 시드머니(투자금)가 많지 않은 사람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토스 만보기처럼 걷기만 해도 적립되는 자동형 적립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공유경제
▷ 리본즈 '명품 렌트'
리본즈의 명품 렌탈 서비스는 원하는 기간에만 빌려서 이용할 수 있는 예약형 서비스와 월 정액료를 내고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명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죠. 특히 결혼식, 여행 등 특별한 상황별로 명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구독료를 따로 지불해야만 상품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추가 비용 문제가 있습니다.
거지방 소비내역 평가
오픈채팅방
▷ 거지방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쉽게 들어갈 수 있어요. 카카오톡 오픈채팅 검색창에 '거지방'을 검색하면 되는데 △닉네임 옆에 누적 금액 기록하기 △하루 소비 내역 공개하기 등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제 4만6500원의 저녁을 먹었다면 채팅방에 '어제 먹은 곱창+맥주 =46500원'이라고 올리면 됩니다. 이후 거지방 참여자들이 소비 내역을 보고 소비를 평가합니다. 지출할 때마다 채팅방에 공개해야 하고 닉네임 옆에 누적 금액을 적다 보니 돈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자발적으로 지출 내역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절약을 꾸준히 실천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