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매일경제

전쟁과 경제 - 1970년대 오일쇼크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온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쟁은 그 자체도 비극이지만 경제적으로도 매우 나쁜 영향을 세계에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은 세계 밀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데 전쟁으로 파종이 제한되면서 심각한 식량난이 예상되고 있다. 전쟁 중에 흑해를 통한 해상 운송로가 막혀 물류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현대 경제는 국가마다 특기에 맞춰 고도로 분업화된 구조로 짜여 있다. 농산물은 자연환경이 풍요로운 미국과 남미에서, 공산품과 반도체는 동아시아에서 생산해 서로 교역하는 식이다. 따라서 특정한 재화나 자원을 생산하는 지역에서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생하면 기존에 구축됐던 안정적인 자원 수급 구조가 무너지면서 혼란과 비용 급증이 나타난다.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970년대 오일쇼크(Oil shock)일 것이다. 이집트는 1973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는 6년 전에 벌어졌던 3차 중동전쟁에서의 굴욕적 패배를 설욕하고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전쟁에서 6일 만에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이스라엘은 치밀하게 준비된 이집트군을 상대로 열세에 처하게 된다. 중동 지역에서 우방국을 잃을 수 없었던 미국은 군수물자를 이스라엘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아랍권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서방 세계에 압박을 가했다. 이 사건이 바로 제1차 석유파동(오일쇼크)이다.

이들 산유국의 중심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생산량을 매월 5%씩 감소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는 전체 석유 소비량에 비하면 낮은 수치일 수 있지만 중동의 석유 감산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있는 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배럴당 2.5달러였던 국제유가는 11.7달러로 4배 넘게 상승했다. 1979년에도 이란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석유가격은 또다시 3배 상승했다(제2차 석유파동).

그때까지만 해도 저유가로 인해 값싸게 에너지 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던 세계인들은 생활 필수품인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적 고통을 겪었다. 특히 자동차 운행이 필수적이었던 미국인들은 휘발유 소비량을 줄이기가 어려웠고 대신 다른 물품을 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오일쇼크로 1980년 물가상승률이 30%에 달하는 등 큰 충격을 겪었다. 당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했던 우리나라는 핵심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 올라 비용 상승 압력을 받게 됐고,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 감소와 불황이 찾아왔고, 온 국민은 동결된 임금으로 높아진 물가를 감내해야 했다.

오일쇼크는 경제학의 조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거시경제학의 주류였던 케인스학파는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발생할 때마다 경기안정화 정책으로 경기를 회복시켜 왔다. 그러나 오일쇼크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실업을 해결하자니 물가 상승이 더욱 심해지고 물가를 진정시키자니 실업이 극심해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적극적 경제 개입을 주장하던 케인스학파로부터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신고전학파 계열로 경제학의 주류가 이동하게 된다.

■ 틴매경테스트 문제풀이

Q.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타벅스 커피는 $4이고,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는 4100원이다. 외환시장에서 (명목)환율이 1050원/$일 때 구매력평가설에 따라 (명목)환율은 변화를 추정하시오.

① 환율변동은 없다.

② 25원 하락하여 1025원/$이 될 것이다.

③ 50원 하락하여 1000원/$이 될 것이다.

④ 25원 상승하여 1075원/$이 될 것이다.

⑤ 50원 상승하여 1100원/$이 될 것이다.

(해설) 미국 스타벅스 커피가 $4이고, 한국의 가격이 4100원이면 실질환율은 1025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매력 평가설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형성될 (명목)환율변동은 25원 하락하여 1025원/$이다. 정답 ②

▷명목환율(Nominal rate)은 자국화폐 단위로 표시한 외국화폐의 가격으로 시장환율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1=1200원으로 표시한다. 실질환율(Real rate)은 명목환율로 계산할 때 두 나라 사이에 동일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비율이다.

▷구매력 평가설(purchasing power parity)에 의하면 환율은 두 나라 간 통화의 실질구매력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즉 자국의 물가상승률이 외국보다 높다면 두 나라 통화의 구매력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자국의 통화가치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