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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팬데믹 변수에…'잊힌 인플레'가 돌아왔다

바이러스 얕보다 코로나 직면한 것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고물가, 세계경제 강타

인플레이션뉴노멀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2-06-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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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4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시내 마트. [매경DB]
사진설명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4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시내 마트. [매경DB]

2002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와 같은 전염병은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고 조기 종식됐다. 21세기 인류는 의학 발전으로 에이즈, 에볼라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잘 통제했다. 바이러스는 더 이상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고 자축하고 있을 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발생하면서 인류는 바이러스 앞에 다시 겸손해졌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다시 위협하면서 전염병에 관한 과거의 책과 이론들이 재조명받았다. 중세 흑사병이 창궐할 때 집필한 문학이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서점과 방송에 재등장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과거 공포가 부활한 사례는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도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은 해묵은 논쟁거리 정도로 치부됐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금융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뉴노멀'이라고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 경제질서를 재편한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저물가, 저성장이 보편적인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은 '뉴노멀' 시대에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70~198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 유산들을 버리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실물 경제에 뚜렷한 물가 상승 기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물가 상승률은 0%대로 안정됐고, 같은 시기 유럽과 일본은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비교는 쉬워지고, 공급자들 간 경쟁은 심화돼 전반적인 물가가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 저임금을 활용해 대량의 공산품을 저가로 공급했다는 점도 물가 안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2020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2.3%다. 1970~1980년대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10%를 상회하던 시기에 비하면 저물가 시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2021년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를 상회했다. 이는 1980년대 2차 석유파동 이후 최대치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년 대비 4% 이상 상승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해외 원자재 및 부품 수급 차질에 있다. 과거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원가를 절감하던 생산 공정을 자국에서 높은 가격으로 대체하자 제품 생산비용이 상승한 것이다. 또 주요국 정부가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하고, 국고채를 매입해 시중 통화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2년간 지속되며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를 상승시켰다.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정학적 위험을 가중시키면서 원자재 시장 가격을 견인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천연가스, 옥수수 등 주요 에너지 자원과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부정적인 공급 충격을 야기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글로벌 경제에 드리우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각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쟁 및 질병과 같은 부정적 충격들이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이 같은 고물가 기조는 짧은 기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1970~198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오일쇼크 때와 달리 지금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은 임금, 이윤, 소비, 투자 등을 감소시켜 경제활동 전반을 위축시키고, 실질 경제 성장률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BIS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선진국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2년 뒤 약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현재와 같은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내년 주요 선진국의 GDP는 0.7%가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좀처럼 쉽게 성장하지 못하는 선진국의 경기 추세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고통 없이 연착륙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한 제로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강도 높은 긴축적 통화정책은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최근 전례를 찾기 어려운 8%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일반적인 기준금리 변경 수준인 0.25%포인트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2차례 이상 빅스텝으로 추가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연준과 같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주요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준에 동조해 올릴 수밖에 없는데 한국은 최근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가계대출과 정부의 재정적자가 크게 누적돼온 만큼 연착륙은 더욱 어려울지 모른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정보기술(IT) 발전은 경제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 )

2.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국제 경영 사례는 증가했다. ( )

3.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상승으로 선진국의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

▶정답 1. ○, 2.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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