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07-12 09:29teen.mk.co.kr
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게티이미지뱅크
방학 중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숙소를 알아보고 있어요. 호텔을 알아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제가 고민하는 걸 보고 친구가 에어비앤비를 추천해 줬어요. 그런데 문득 '모르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 집에 가는 게 위험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날지 모르는 거잖아요. 믿을 만한 플랫폼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사고 방지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건가요?
2021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빈센조' 1화에는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주인공이 공항에서 택시 강도를 당하는 일화가 나옵니다.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 주인공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자신은 리무진 기사인데 예약이 취소됐다며 자신의 차를 타라고 권합니다. 차 안에 놓여 있던 물속엔 수면제가 들어 있었고, 그걸 마시고 주인공이 잠들자 택시기사는 가방에서 돈을 훔쳐 달아나요. 만약 택시 표시가 없는 차를 탄 누군가가 저에게 자신의 차로 데려다준다고 하면 절대 타지 않을 거예요. 빈센조처럼 강도를 당할지 누가 알겠어요. 특히 외국이라면 더 무서운 마음이 들겠지요. 외국에 여행을 갔을 때 저는 우버를 자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우버 기사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무슨 차이일까요?
모르는 사람은 못 믿지만 우버 시스템은 믿고 이용하는 거예요. 우버 앱을 이용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기다리면 가까이 있던 우버 기사가 제 콜을 수락하고, 저도 그 차를 탈지 말지 선택하죠. 제가 수락할지 말지는 그 기사의 평점을 보고 선택해요! 평가한 건수가 수천 건이고 별점까지 높다면 신뢰할 만한 기사로 생각하는 거죠. 제가 수락하면 그 기사가 출발지로 데리러 옵니다. 앱에는 그 차량의 번호와 기사의 인적 사항이 나오고, 차량의 현 위치도 표시됩니다. 차량을 이용하는 중간에도 기사가 도착지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에 표시되고요. 처음 가보는 길이라 해도 앱상에 표시가 되니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예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숙소 사진을 보고 예약하고 돈도 냈는데, 그곳에 가보니 숙소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를 하면 수수료도 안 나가 더 저렴하기도 한데 말이죠. 수수료를 내지만 안전한 곳이라는 걸 인증해 주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겁니다. 사기 거래에 대해서는 에어비앤비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돼 있거든요. 에어비앤비도 우버처럼 숙소 주인의 정보와 숙소 컨디션에 대한 별점을 확인할 수 있어요. 별점과 후기를 보면 그곳의 컨디션이 어떤지, 주인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 거래가 처음 시작됐을 때에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중고 거래 카페 게시판에 판매자가 물품 사진과 소개 글을 올리면 사고자 하는 사람이 댓글을 달아 거래를 하는 형태였죠.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를 믿지 못해서 일어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판매자는 자신이 물건을 보내는데 구매자가 송금하지 않을까 봐 불안하고, 구매자는 자신이 대금을 송금했는데 판매자가 물건을 보내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말이에요. 배송된 물건의 택배 송장을 찍어 보내면 송금하겠다는 식으로 거래하기도 했어요. 택배를 받았는데, 뜯어보니 벽돌이 들어 있었다는 후기들도 있었죠.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역 기반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자신의 위치를 앱에 입력하면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 거래할 수 있는 겁니다. 지역이 가까우니 택배로 거래하기보다는 직접 만나서 물건을 확인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거예요. 거래할 때마다 서로 상대에게 별점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죠. 상대방 만족도가 높은 거래 횟수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에서는 '매너 온도'라고 불리는 신뢰지수를 높여주고요. 당근마켓에서 운동화를 구매하고자 검색하면 매너 온도가 높은 판매자의 운동화가 먼저 나옵니다.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많이 본 영상을 먼저 띄워주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매너 온도가 높을 때 상대방이 자신을 신뢰하고 판매가 잘될 가능성도 커지니 사람들은 신뢰지수를 높이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당근마켓은 처음에는 지역 기반의 직거래로 중고 거래의 불신을 해소하고자 했고, 매너 온도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구축했죠. 최근에는 사기를 당하는 경우 일정 금액까지 보상해주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당근마켓은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도 했어요.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 비교해 30배나 높게 평가받았다고 하니 '신뢰는 곧 자본'이라는 말을 믿을 수 있겠죠?
신뢰자본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은 그 자체가 가치를 창출해 자본으로 평가됩니다. 신뢰 사회에서 거래 상대방의 평점은 곧 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