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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엘리엇, 합병과정 문제삼아 소송 PCA, 韓정부에 690억원 배상 판정

유서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3-07-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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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중재기구 판정이 나왔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에서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앞서 2018년 7월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미국 투자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한국에 약 7억70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Q. 엘리엇의 소송 제기 배경은.

A.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0.35의 주식 비율로 합병할 계획이었습니다.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삼성물산의 약 3배였던 만큼 해당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합치했지만 자산 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더 컸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지분 7.12%를 갖고 있던 엘리엇은 합병 비율의 불공정을 문제 삼아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죠. 반면 청와대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당시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문 전 장관을 비롯한 인사들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엘리엇은 합병 성사 배경에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며 소송을 냈죠.

Q. 일반 재판이 아닌 ISDS는 뭔가요?

A. ISDS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에 제기하는 분쟁 해결 절차로 투자 대상국 정부의 정책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했을 때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자·국가 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죠. 이는 일반 재판 절차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ISDS에서는 투자자만 원고가 될 수 있고 투자국은 피고가 됩니다. 명칭도 재판과 달리 투자자는 신청인, 투자국은 피신청인이 됩니다. ISDS의 경우 판정은 투자자와 투자국에서 1명씩, 그리고 양측 합의로 나머지 1명이 지명돼 총 3명이 중재인이 되어 진행합니다.

Q. 이번 판정은 한국에 긍정적인지.

A.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한미 FTA상 최소 기준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며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중 약 7%인 690억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지연이자와 법률비용을 합하면 1400억원에 달합니다. 배상금 690억원은 엘리엇이 당초 제기한 소송가액 1조원에 비하면 7%에 그쳐 정부가 선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배상 판결로 해외 투기 세력의 공격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차후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 세력에 불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면 그들은 ISDS 절차를 밟아 동일하게 배상을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메이슨캐피털을 비롯해 10여 건입니다. 잘못하면 수조 원대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Q. 우리 정부의 대응 방침은.

A. 우리 정부는 이번 판정에 대해 "불복 여부를 심도 있게 고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31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왔을 때 법무부가 즉각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ISDS는 '중재' 판정이라 소송과 같은 불복 절차가 없고, 판정 취소 소송도 앞선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일각에서는 "낮은 이의 제기 수용률이나 소송비용, 지연이자를 따지기에 앞서 국가 체면을 위해 불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참여연대는 "나랏돈이 국민 복리와는 무관한 명목으로 지출되게 됐으니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서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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