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윤 'ETN ETF로 승부하라' 저자
입력 2024-10-25 09:24teen.mk.co.kr
2025년 01월 20일 월요일
여기에 칼 한 자루가 있습니다. 칼은 위험한 물건이죠. 잘못 사용하면 손을 벨 수도 있고, 심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칼을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심해서 사용하면 요리도 할 수 있고 종이도 자르고 눈썹 정리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칼은 위험하지만 잘 사용하면 유용한 물건입니다.
원금 손실 없이 확실하게 정해진 이자를 주는 은행 예금에 비하면 주식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금융상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주식은 손해볼 수 있으니 관심조차 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마치 칼은 위험한 도구이기 때문에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되는 주식 투자자
커피전문점을 차리려고 준비하는 김 사장은 창업자금을 마련하느라 고민이 많습니다. 커피전문점 문을 열려면 최소한 5억원이 필요하다는데 김 사장이 모아놓은 현금은 3억원이 전부입니다. 부족한 2억원을 마련하려면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은행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2억원을 빌릴 수 있겠죠. 돈을 빌릴 때에는 매달 이자를 얼마씩 지불하고 언제까지 갚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다른 대안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투자자는 김 사장과 마찬가지로 회사 지분 일부를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 경영에 대해서 의견을 말할 수 있고 회사에서 이익이 나면 이익금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김 사장은 부족한 자금 2억원 중 1억원은 대출을 받고 1억원은 투자를 받아서 채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커피전문점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1억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발행해서 나눠주고, 빌린 돈 1억원에 대한 대출 증서로 채권을 줍니다. 이 회사의 장부에는 김 사장이 직접 투자한 자금 3억원을 포함해서는 4억원의 자본금에 대해 주식이 발행되고, 여기에 부채 1억원이 더해져 총 5억원의 자산을 갖게 됩니다.
김 사장은 현금 5억원으로 커피전문점 자리를 임대해 인테리어도 하고 커피머신과 냉장고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서 개업 준비를 합니다. 이때 주식과 채권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채권투자자에게는 커피전문점 매출과는 상관없이 약속된 날짜에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면 그만입니다. 사업 초기에 적자가 나더라도 이자는 무조건 지급해야 합니다. 제 날짜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을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사업이 잘 굴러가서 큰 이익을 내더라도 채권투자자에게는 실적과는 관계없이 정해진 이자만 주면 됩니다.
반면 주식투자자에게는 기업의 이익을 투자금에 비례해서 나눠줘야 하는데 이를 배당금이라고 합니다. 배당금은 철저하게 기업의 성과에 달렸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할 때는 배당금을 받지 못하지만 대신 사업이 대박이 나면 주식투자자도 함께 대박을 터트리게 됩니다.
만약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회사를 정리할 때도 주식과 채권 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자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됩니다. 하지만 채권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끝까지 주장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잘나가던 회사가 부도가 났을 때 회사 사장 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 빚쟁이들이 몰려오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이렇게 채권투자자들은 회사가 문을 닫아도 회사 자산을 처분해서 최대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투자 수익의 원천은 배당
보통 주식투자를 하면 내가 산 주식의 가격보다 오르기를 기대합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단기간 내 주가가 뛸 종목만 찾게 되고 테마주나 작전주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방식의 투자는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칼을 매우 위험한 방법으로 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식투자 수익의 원천은 기업 실적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당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도 실적이 좋아져서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따라서 칼을 안전하게 다루면 우리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듯이, 주식투자도 실적이 좋거나 좋아질 기업을 골라서 투자를 한다면 우리들의 재산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