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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9일 토요일

길에서 주운 복권, 10만원에도 안 파는 이유는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10-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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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을 봤어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권을 구매한다면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1000원이면 사겠다, 그 이상 돈 주고 구매하진 않겠다'고 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왔어요. 잠시 후 할아버지는 길에 떨어져 있는 복권 한 장을 줍게 됩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미리 잘 보이는 위치에 떨어뜨려 둔 복권이었죠. 제작진 측 한 배우가 할아버지 옆을 지나가며, "주운 복권이 당첨이 잘 된다던데"라는 말을 하고는, 다가가서 그 복권을 팔라고 요청했죠. 할아버지는 복권을 팔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10만원에 구매해 드린다고 했는데도 마다하셨죠.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어요. 안 팔거나, 적어도 5만원 이상은 받아야 팔았죠. 왜 이런 걸까요?



A. 1000원 이상 지불해서 구매하진 않겠다고 했다가, 그걸 손에 넣은 상태에서 팔라고 하니 10만원에도 안 판다는 사람들. 참 이상하죠? 그런데 이게 사람 심리예요. 자신이 보유한 걸 팔고자 하는 가격이 구매하고자 할 때 내고자 하는 가격보다 높게 마련입니다. 이 심리를 파헤치기 전에 다음 질문에 한번 답해보세요!


두 가지 게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게임에 참여하시겠어요?

A: 100% 확률로 5만원을 받는다.

B: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만원을 얻고,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50만원을 잃는다.


사진설명
 

경제학에서 가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B를 선택합니다. 게임 A의 기댓값은 1만원이고, 게임 B의 기댓값은 25만원이거든요.

B게임은 50% 확률로 100만원을 얻고, 50% 확률로 50만원의 손실을 보니까 '100만원×0.5-50만원×0.5=25만원'으로 계산할 수 있죠. 확률적으로 볼 때, 참여하는 게 이득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A를 선택합니다. B를 택하면 100만원을 얻을 수도 있지만, 50만원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50만원을 잃는 고통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죠.

여러분에게 3만원이 생겼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걸로 뭘 하고 싶으세요? 치킨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사고 싶던 티셔츠를 살까. 여러 가지가 생각날 거예요. 이번엔 만약 지갑에 두었던 3만원이 사라졌다고 생각해보세요! 3만원으로 못 하게 된 게 뭐가 있을까요? 사야 하던 더 많은 게 생각나고, 그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지지 않나요? 사람들은 같은 가치라도 얻게 될 때의 기쁨보다, 잃게 될 때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낍니다. 이런 심리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합니다. 이런 심리는 옆의 그림처럼 표현됩니다.

그림에서 가로축은 이익과 손실, 세로축은 행복감과 고통을 나타내요. 기쁨의 행복감을 120이라고 한다면, 100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은 150인 거죠. 내 지갑으로 들어올 때보다 내 지갑에서 나갈 때 그 고통이 훨씬 크다는 겁니다.

길에서 주운 복권을 안 팔겠다는 할아버지의 심리도 이와 연결됩니다. 만에 하나 자신이 팔아버린 복권이 당첨된다면, 그 손실의 고통이 무척 크게 느껴질 거예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당첨 가능성이 있는 복권이 아니더라도 이런 현상은 발생합니다. 한번 내 손에 들어와서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얻을 때보다 그 가치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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