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강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조교수
입력 2025-03-17 09:06teen.mk.co.kr
2025년 05월 09일 금요일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출처: 넷플릭스)
선택의 길에서 만나는 경제 이야기
최근 '중증외상센터'라는 드라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의사 출신 이낙준 작가가 집필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 더욱 사실적인 의료 현장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실제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였으나, 의료 현장을 떠나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는 점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독특한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이 재미를 더하며, 긴박한 의료 현장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생사의 갈림길에서 헌신하는 의료진과 극적으로 살아나는 환자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의학 드라마의 패턴을 따름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대형 대학병원에서 구한 생명의 수나 의료진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매출과 수익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 같은 부대 시설이 주요 의료 부서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이는 흔히 경제학에서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경제적 인간)를 비판하는 전형적인 내용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장면에서 경제학적인 사고를 따릅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드라마 인물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경제학적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주인공은 단순히 의료 기술이 뛰어난 의사가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까지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대규모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입니다. 아무리 의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도, 수십~수백 명의 응급 환자를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즉, 응급 환자를 수용할 병상의 수, 즉각적인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전까지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대학병원 과장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환자의 곁에서 직접 치료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대형 사고가 발생하자 그는 병원에서 최신 장비를 갖추고 환자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사고 현장으로 향합니다.
주인공이 이동하는 시간 동안 그는 환자를 진료할 수 없기에 이는 겉보기엔 비효율적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의료진이 충분하고 환자들이 병원에 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 병원에서 기다리며 치료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사고처럼 의료 시설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 제한된 의료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인공은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환자 분류(triage)에 집중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분류 체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START(색상 기반 트리아지·Simple Triage and Rapid Treatment) 시스템'입니다. 이는 대형 재난 상황에서 응급의료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사용되는 프로토콜입니다.
이처럼 응급 상황에서는 정확한 분류가 치료보다 중요합니다. 잘못된 분류로 인해 덜 위급한 환자가 우선 치료를 받거나, 살릴 수 없는 환자에게 의료 자원이 낭비된다면, 그만큼 살릴 수 있던 환자들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대형 사고 발생 상황에서의 환자 분류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희소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대사회는 산업혁명 이후 역사적으로 가장 풍족한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본적인 생존 문제보다 더 나은 삶, 더 즐거운 삶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와 같이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선택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은 드라마 속 위급한 사고 현장에서처럼, 소중한 자원을 어떻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선택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개념이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입니다. 우리는 보통 돈을 지출해야만 비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기회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포함합니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한 것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이 바로 기회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방학 동안 집에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는 선택을 했다면, 겉으로 보기엔 돈을 쓰지 않았으므로 비용이 들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을 함으로써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기회, 더 건강한 신체를 만들 기회를 포기한 셈입니다. 이것이 기회비용입니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체력,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의지력 등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무한하다고 착각하면 필연적으로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당장 돈을 쓰지 않더라도,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기회비용이 따릅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번 학기에 세운 목표나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 공허한 희망에 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선택의 기회비용을 항상 염두에 두며,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한 접근이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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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환자 분류 시스템
▷ 검은색: 생존 가능성이 없거나 회복 불가 환자.
▷ 빨간색: 생존 가능성이 높으나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
▷ 노란색: 비교적인 안정적인 상태로, 응급 치료가 필요하지만 약간의 치료 지연이 허용되는 환자.
▷ 초록색: 치료가 필요하나 응급 상황이 아닌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