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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시간·기회 많은 청소년, 꿈은 많을수록 좋다
얼마 전 상담을 한 부모의 고민은 지금 자녀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는데 워낙 자주 바뀌기 때문에 믿고 지원을 해줘야 할까 하는 것이었다. 나의 대답은 '당신은 축복을 받은 부모입니다'였다. 왜냐하면 초등학생인 자녀가 별다른 부모의 지도 없이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어하는 배움에 대한 갈증은 본인 스스로 깨닫지 않는 이상 이끌어내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초등학생 부모들의 걱정은 '자녀가 꿈이 없어요'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없어요' '노는 것만 좋아해서 걱정입니다' '아직 무엇인가 결정하기에는 이른 나이인 것 같아요' 등과 같은 자녀가 학습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가진 자녀를 둔 축복받은 부모의 걱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다. 중도에 포기하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까봐, 자녀가 관심 분야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 과목에 대한 성적 유지를 기대한다.
선택과 집중은 경쟁 상황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거의 모든 부모들도 이를 알고 있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이를 실행하지 못하게 한다. 한 분야에 집중했다고 해서 다른 아이와 비교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다재다능함보다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앞서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중도에 포기한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유년시절 학습한 것들은 성장하면서 중요한 토대가 되고 다른 진로를 탐색하는 자양분이 된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림을 계속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심화된 학습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좋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점점 크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 건축을 전공하더라도 그림을 잘 그려야 하고, 영상 편집과 같은 분야에서도 미술적 감각은 필요하다. 영화 후 가공에 들어가는 CG 기술에도 미술이 필요하다. 무대연출, 웹디자인, 의상디자인, 산업디자인 등 미술이 들어가는 분야는 수도 없이 많다. 미술을 기반으로 하는 진로만 해도 너무나도 광범위한데 얼마나 더 많은 기회를 가져야 걱정이 안 될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배움을 거치고 나면 그림의 기술과 실력은 향상될 수 있다. 순수미술가로서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면 그림 실력이 월등하지 않아도 괜찮다. 기본적인 미술에 대한 재능과 다른 능력과 융합이 되면서 해당 분야에서 더욱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가지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버려야 한다.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하려는 잘못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아직 우리의 자녀들은 살아갈 많은 시간과 기회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의 불확실성은 불안 요소가 아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몰두해서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기회는 점차 줄어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없을뿐더러 도전하기에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부모는 자녀가 도전하기를 바랄 때 도전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를 바란다. 젊기에 도전의 가치는 높은 것이고, 실패했다 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으며, 그 실패는 결코 인생의 실패가 아닌 성공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김재우 기초역량개발연구원 원장]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