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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고3이라면 지금 당장 '사랑니' 확인하세요
지난해 10월 말 인근 고등학교 3학년인 제니 학생(가명)이 왼쪽 아래 어금니가 아파 밥을 먹을 수 없다며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눈으로 확인하니 맨 뒤쪽 큰어금니 뒤로 잇몸이 많이 부었고 사랑니가 나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환자는 반대편으로 씹으려 해도 위쪽 치아와 부은 잇몸이 계속 닿아서 씹기가 힘들고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린다고 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사랑니가 똑바로 나지 않고 비스듬히 누운 상태로 위치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항생제를 먹고 부기를 가라앉힌 후 빼면 됩니다. 문제는 환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정도 남은 수험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랑니를 당장 빼는 것은 보호자가 원치 않아서 일단 항생제와 소염제를 처방하고 부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10년 넘게 동네 치과를 운영하다 보니 매년 수능을 앞두고 사랑니 쪽 잇몸이 아프다며 내원하는 수험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식단과 수면까지 신경 쓰며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수험생이 사랑니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 치과의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통증과 저작 불편감 때문에 몸 상태는 물론 집중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랑니는 대개 만 17세 이후에 나기 시작합니다. 보통 좌우·위아래에 하나씩 총 4개가 있는데 일부가 나지 않거나 하나도 없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치열 중앙에서부터 치아 개수를 세면 8번째이고 가장 뒤쪽에 위치합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사랑을 알 만한 사춘기에 나기 때문에 '사랑니'라고 부릅니다. 서구에서는 영구치 중에 가장 늦게 나고, 지혜로워지는 시기에 난다고 해서 '지혜의 치아(wisdom tooth)'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랑니는 진화 과정에서 퇴화되는 추세라고 보는데 모양과 크기, 맹출 방향에서 기형이 많고, 약 7%의 사람에게는 아예 나지 않기도 합니다. 방향이 똑바로 난 사랑니는 다른 치아와 마찬가지로 씹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위생 관리만 잘한다면 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스듬히 난 사랑니와 잇몸에 반쯤 덮여 있는 사랑니는 가급적 빨리 빼주는 편이 좋습니다. 사랑니와 앞쪽 큰어금니 사이에 틈이 생겨 음식물이 잘 끼어 충치가 생기거나 잇몸이 자주 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물지만 사랑니 때문에 물혹 같은 낭종이 생기기도 합니다.
청소년기에 사랑니가 중요한 이유는 주로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때는 큰 통증이 없으면 치과에 내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사랑니 중에서도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매복사랑니'입니다. 매복사랑니는 치아의 머리가 잇몸 밖으로 다 나오지 못하고 뼈나 잇몸 속에 묻혀 있는 경우입니다. 수험생들이 복병처럼 만나는 아래쪽 매복 사랑니는 일반적인 발치와 달리 시술하기 간단하지 않고 치유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잇몸을 절개하고 주변 뼈를 조금 갈아내거나 치아를 조각내 빼게 됩니다. 시술 시간은 통상 10분 전후지만 치아 뿌리의 만곡도, 매복 위치, 각도, 하치조신경과의 근접도 등에 따라 1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치 당일 마취가 풀리고 나면 통증이 꽤 심합니다. 특히 아래 사랑니의 경우 잇몸이 어느 정도 아무는 1~2주는 음식을 삼킬 때마다 미세한 통증이 지속됩니다. 따라서 시험을 한 달가량 앞두고는 발치를 권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어쩔 수 없이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이용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이는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바로 염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항생제 때문에 간혹 소화불량이 생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3 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근처 치과에 가서 사랑니 상태만이라도 체크받기를 권해드립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