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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잠이 보약…잘 자야 기억력 좋아져 공부도 잘돼
'4당 5락'. 이는 하루 4시간만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 입학에 성공하고 5시간 이상 잠자면 입시에 실패함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4시간 수면법'이라는 책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하루 3시간만 자면서 유럽을 정복했고, 에디슨은 4시간 수면으로 연구에 몰두해 인류를 빛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 사회에서 잠은 인생의 낭비이자 죽음에서 잠시 빌려온 시간일 뿐이라는 통념이 대세였던 때가 있었다. 조기축구회나 새벽기도회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잠을 잊은 채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잠 부족 국가'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수면 결핍 상태에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은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절대 부족하다. 오죽하면 학생들의 심야 학원 교습을 법으로 금지해야 할까?
성공과 경쟁을 위해 수면과 휴식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던 풍조는 더 이상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면 부족은 공부에 매진하는 청소년에게는 성장에 지장을 주고 체중 증가와 비만, 면역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실수가 잦아지고 수행 능력과 주의력이 저하된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우울증 등의 심각한 문제도 일으킨다.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한 번에 갚기 어려운 수면 부채가 된다. 이 부채를 한 번에 해결하기 힘든 지경이 되면 우리 뇌와 몸은 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잠은 그저 휴식이 아니라 뇌가 기억을 정비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기억을 편집하고 저장한다. 왜 잠을 잘 자야 기억력이 좋아지는지를 설명하는 용어로 '시냅스 항상성'이 있는데 잠을 칠판 지우개와 같은 존재로 본다. 잠을 통해 시냅스가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이도록 '리셋'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잠 덕분에 새로운 활동을 계획하고 기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잠은 삶의 3분의 1을 잠식하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새로운 기억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삶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깨서 낮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도 있다. 당장 해법으로 수면유도제나 수면제가 떠오르지만 불면증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탐색이 먼저다. 비약물적인 요법인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수면일기 작성도 좋다. 자신의 수면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해 어떤 행동의 개입과 어떤 감정의 자극으로 불면증이 유도되는지 알아야 예방·해결할 수 있다.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두려움과 불안감, 우울감 등을 증폭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공포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평온을 찾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하는 청소년은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에 탄산음료를 3잔 이상 마신 청소년은 하루 1잔을 마신 것보다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이 55% 더 높다고 한다. 청소년기 수면 장애는 인지 발달, 정신건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식습관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잠은 반드시 잘 자야 한다. 자는 동안 뇌에서는 나를 위해 중요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믿고,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뇌의 관점에서 보면 허튼소리가 아니다. 잘 자야 공부도 잘한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잠을 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건강뿐 아니라 학습능력 향상에도 중요한 일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