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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12일 수요일
물질 여유뿐 아니라 일에서 자유로워야 부자
Q. 최근 투자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사실 제가 가르치는 부자학은 투자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투자는 불로소득 측면이 강한데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청소년기에 투자는 조심해서 해야 하고, 지금은 그냥 연습 정도로 해볼 수는 있습니다. 투자라고 하면 금전적 투자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간 투자나 정신적 투자도 있습니다. 청소년기인 지금은 경제에 '시간 투자'를 할 때입니다. 금전적 투자는 성인이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투자의 가장 좋은 선생님은 부모님과 경제 뉴스입니다.
Q. 대다수 고등학교에 금융투자 교육이 없는데 어떻게 보나요?
A. 투자기법을 가르치는 과목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제를 가르치는 과목은 의무화되어야 합니다. 경제학은 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수학에서 단순히 기하와 미적분만이 아니라 이자율과 환율 등을 계산할 수 있는 '경제 수학' 같은 과목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청소년한테 경제는 어렵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A. 경제 뉴스를 많이 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문에서 뉴스를 읽으려면 일단 용어부터 알아야 하는데 틴매일경제 같은 청소년 경제신문을 통해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이해가 완전히 안 되어도 다양하게 오래 읽으면 훗날 이해가 쉬워집니다. 학생 때는 다른 과목 공부하기가 바빠서 경제 공부를 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 경제학 이론을 듣기보다 이자율, 부가가치세, 적립금처럼 일상생활에 녹아 있는 경제 뉴스를 찾아 공부해보세요. 부모님이 장 보러 가실 때 함께 따라가 어떤 제품이 인기가 많은지, 가격은 어떤지 등 생활경제에도 관심을 두기 바랍니다.
Q. 왜 부자가 되어야 하나요?
A. "왜 대학에 가야 할까요"라는 물음과 비슷한 겁니다. 대학 진학 여부가 선택인 것처럼 부자가 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뿐입니다. 부자와 행복은 서로 다른 개념이죠. 사람에 따라 둘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돈보다 정신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타인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것의 일부만 얻어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부자가 되려는 이유는 각자 달라요. 다만 부자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둘째는 일을 자유롭게 할 만한 물질적 여유가 있으며, 끝으로는 그 일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앞에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사회적 인정까지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돈은 타인에게서 버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인정까지 받을 수 있으면 완벽한 부자일 겁니다. 무엇보다 부자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네요.
Q. 요즘 청소년도 돈에 관심이 많은데 부자가 될 준비를 어떻게 하나요?
A. 부자가 되기 위한 연습을 미리 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절약입니다. 부자도 명품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부자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명품을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 세계 부자들의 공통점은 절약입니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뿐 아니라 학원비, 스마트폰, 음식, 물건 구입 등 모든 일상에서 절약하는 힘을 기르세요. 그게 부자로 가는 시작입니다. 둘째는 창조를 통해 스스로 돈을 벌어보세요. 요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앱을 만들거나 콘텐츠 제작도 합니다. 수학 문제 풀이를 앱에 올리면 수익을 얻는 플랫폼도 있습니다. 중고품이라도 팔아 돈을 만드는 경제활동을 경험해보세요. 주식시장에는 한 주에 500원, 1000원 하는 종목도 있습니다. 용돈을 절약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소액 투자를 해보기 바랍니다. 셋째는 친구들과 협업을 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친구들끼리 공부 잘하는 학교 선배에게 연락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돌아가며 밥을 사면서 학원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해볼 만한 경제활동을 찾아보고 부모님 조언도 많이 구하세요.
Q. 어떻게 부자의 덕목을 배우고 익혀야 할까요?
A. 부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부모님을 통해 부자를 소개받는 것입니다. 부자학 수강생에게 부모님이 아는 부자를 만나보라는 과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부자를 만나 학생들에게 네 가지 질문을 하라고 합니다. 첫째는 왜 부자가 됐고, 지금 행복한지 등 정신적 질문입니다. 둘째는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됐는지, 힘들지 않았는지 등 물질적 질문입니다. 셋째는 기부는 많이 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사회적 질문입니다. 마지막은 개인적인 궁금증이죠. 한 수강생은 남자 친구 국적이 아랍에미리트(UAE)였는데 석유 부자였던 그 남자 친구 아버지를 영어로 인터뷰했습니다.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같이 해도 됩니다. 부자에게 얘기를 들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Q. 부자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정부가 운영하는 케이무크(K-MOOC) 사이트에서 부자학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 대상 강의여서 청소년이 듣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수강할 돈이 없어도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요.
Q. 요즘 취업이 힘든데 대학 진학이 의미가 있을까요?
A. 대학은 그래도 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 갈 것인가, 나중에 진학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한 다음 나중에 가도 됩니다. 대학은 의무교육이 아닌 만큼 60세가 넘어서도 언제든 갈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고 남들에게 신나서 말할 정도가 된다면 대학 진학은 당장의 급선무가 아니죠. 반면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일단 대학에 진학하세요. 거기에 가서 진로를 찾아보도록 하세요.
대학에 가서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진다면 그 일에 매진하기 위해 중퇴를 해도 됩니다. 이제 대학의 간판과 학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제 지인은 대학 졸업장이 없지만 사업을 키워 명문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늘 생각하세요.
Q. 부자가 되기 위해 취업 대신 창업하는 것은 어떤가요?
A. 대학 진학보다 더 어려운 것이 창업입니다. 실패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일단은 안전하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창업자라고 합니다. 자영업은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창업이 꿈이라면 지인의 소개를 받아 창업자의 일을 도와보세요. 예를 들어 어머니 친구가 만두 가게를 한다고 해봅시다.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업과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제 지인은 고물상을 하다가 자동차 관련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해 몇 년간 일을 배우다가 창업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 이 일은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생기면 그때는 냉정하게 창업에 뛰어드세요.
▶▶ 한동철 교수는…
국내 최초로 '부자학'이라는 학문을 도입한 국내 최고 권위의 부자학 전문가입니다.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 석사와 세인트루이스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부자학원론' '현실부자학' '벤츠와 감자탕' 등 부자학 관련 도서 29권을 집필했습니다.
[고나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정답: ⑤